요양병원 26일부터 AZ백신, 코로나19 의료진 27일부터 화이자 백신 접종
의료법 개정안 정면충돌…"접종 협력체계 무너질것" vs "단호하게 대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잃어버린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백신 접종이 국내에서도 나흘 뒤 첫걸음을 뗀다.

정부가 전 국민이 한 번씩 맞고도 남을 물량인 7천900만명분을 확보하기는 했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이 백신을 접종해 올해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일단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26일부터, 백신 공동구매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받는 화이자 백신은 27일부터 각각 접종에 들어간다.

최우선 접종 대상자 10명 가운데 9명은 백신을 맞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백신 수급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목표한 접종률을 달성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 접종 동의율 93.8%, 첫 출발은 긍정적…정부 "접종 필요성 계속 설득"

22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26일부터 전국의 요양병원·요양시설, 정신요양·재활시설 5천873곳의 만 65세 미만 입소자·종사자를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경북 안동 공장에서 위탁 생산한 제품으로, 24일부터 공급될 예정이다.

지난 20일 0시 기준으로 이 백신을 맞겠다고 의사를 밝힌 사람은 총 28만9천271명이다.

이는 전체 요양병원·요양시설 5천804곳의 사전 등록자 30만8천930명의 93.6%로, 정부가 앞서 2∼3월 예방접종 계획을 발표하면서 추계한 대상자(27만2천131명)보다 1만7천140명 더 많다.

시설별로는 노인 요양시설과 정신요양·재활시설의 접종 동의율이 95.5%로, 요양병원(92.7%)보다 조금 더 높았다.

이달 26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인 화이자 백신의 접종 동의율 역시 약 95% 수준이다.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담당하는 병원의 의료진과 종사자 5만8천29명 가운데 '화이자 백신을 맞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은 94.6%인 5만4천910명이었다. 거부한 사람은 5.4%(3천119명)에 그쳤다.

[그래픽]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자 동의율 현황 연합뉴스

예상치 못한 일정 변경이 없다면 화이자 백신은 주말인 27일부터 접종이 시작된다.

본격적인 접종 시작을 앞두고 처음으로 집계한 접종 동의율이 93.8%로 나타나면서 정부는 일단 한숨 돌렸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고령층 '접종 효과' 논란이 지속되면서 접종 거부자가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실제로는 10% 미만에 불과해 접종 시행에 있어 일단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그러나 안심하기에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만만찮다.

요양병원에 입원·입소한 만 65세 미만 환자의 접종 동의율은 90.0%로, 종사자(93.9%)보다 3.9%포인트 낮았다.

또 감염병 전담병원이나 중증환자 치료병상 운영병원, 생활치료센터에서 일하는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등 필수 인력 3천여명이 화이자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한 점 역시 정부로서는 고민되는 부분이다.

접종 당일에 마음을 바꾸거나 개인 사정으로 맞지 못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실제 접종률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 KBS 1TV '일요진단'에 출연해 "접종은 본인의 동의를 받고 시행하는 것이기에 강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접종을 거부한) 6% 정도 되는 종사자와 환자에게 접종 필요성을 계속 설득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90% 이상 '접종 동의율' 이어질까…의료계 '총파업' 카드 촉각

앞으로 접종 범위가 점차 확대될 경우 전체 접종률이 얼마나 될지도 예단하기 어렵다.

한국갤럽이 지난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71%가 접종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접종 의향이 없다는 답변은 19%였고, 의견을 유보한 응답자는 10% 정도였다.

정부가 2분기부터 65세 이상 고령자와 노인 재가복지시설 이용자·종사자 등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3분기부터는 18∼64세 성인을 대상으로 접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지만 생각만큼 접종률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 접종이 본격화됐지만 이를 불안하게 지켜보는 시선도 많다.

정신요양시설 관련 단체의 한 관계자는 "시설마다 보건소에서 연락을 받고 접종 의사를 확인했다고 한다"면서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해외에서 논란인데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들이 맞아도 괜찮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는 점도 백신 접종을 앞두고 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전국 16개 시도의사회 회장은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다음 날인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이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된다면 전국의사 총파업 등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코로나19 대응에 큰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경고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도 전날 '코로나19 백신접종 의정공동위원회' 2차 회의에서 "(법사위 의결시) 코로나19 진료와 백신 접종과 관련된 협력 체계가 모두 무너질 것이다. 전국 총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강경 기조를 고수했다.

접종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의료계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만약 백신 접종이 초반부터 흔들릴 경우 올해 9월까지 국민 70%를 대상으로 1차 접종을 마치고,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정부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성공적인 백신 접종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 며칠 전 의협이 국회의 의료법 개정 논의에 반발해 총파업 가능성까지 표명하며 많은 국민을 우려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정 총리는 특히 "특정 직역의 이익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할 수 없다"면서 "만약 이를 빌미로 불법적인 집단행동이 현실화하면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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