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 10시가 넘자 울산 남구 삼산에 위치한 노래타운의 네온사인이 꺼졌다.   
 

지난 15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1.5단계로 완화되면서 유흥시설에 대한 집합금지가 해제됐다.

영업을 할 수 있게 돼 기쁜 것도 잠시 ‘오후 10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한다’는 사항이 따라 붙자 유흥시설 관련 종사자들은 “더이상 버틸 자신이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지난 19일 오후 9시가 넘은 시간 울산 삼산의 한 노래타운을 찾았다. 노래연습장은 영업시간 제한에 포함되지 않지만 술을 판매하는 노래타운의 경우 유흥시설로 분류돼 오후 10시가 되면 영업을 하지 못한다.

평소 같으면 입구부터 노래 부르는 소리들이 뒤섞여 시끌시끌했겠지만 이날은 정적만이 감돌았다.

이곳에서 6개월째 일하고 있는 김예린(22)씨는 “예전에는 새벽 4, 5시까지 손님이 몰려 퇴근을 못했는데 지금은 곧 퇴근해야 한다”며 “오늘 총 2팀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같이 일하던 직원 역시 8명에서 3명으로 줄어든 상태.

김씨는 “자영업자들 힘들다고 하는데 그 밑에 일하는 직원들도 정말 힘들다”며 “월급도 50% 가까이 줄어 혼자 자취하는데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속상해했다.

남구에서 대형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는 A(52.남)씨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100명이 넘는 직원들을 뒀지만 이제는 40명도 채 남지 않았다고 했다. 이마저도 영업을 재개했을 때 출근을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A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문을 완전히 닫은 상태다”며 “여긴 오후 10시부터 장사를 하는 곳이라 문을 열어봤자 소용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직원들이 배달부터 식당 설거지 등 다른 일을 하면서 가게가 열릴 때를 기다리고 있는데 문을 연다고 해도 나올 지 모르겠다”며 “배달일 하다 여기 와서 쉬는 직원들 모습 보면 업주 입장에서도 마음이 많이 안좋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영업시간 제한에 발 묶인 유흥시설 자영업자들의 위기는 고스란히 관련 종사자들에게로 이어지고 있었다.

10년 넘게 이 나이트클럽 직원으로 일한 B(63.여)씨는 3달째 출근을 하지 못하면서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초기에는 정부에서 나오는 프리랜서 1차 정부 지원금 150만원을 받고 버텼다. 하지만 지원금이 또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 당장 먹고 살 길이 급했고 식당일을 시작했다. 그러자 이후에 주어진 2, 3차 정부 지원금 받을 길은 막혀버렸다.

B씨는 “한 달에 50만원 남짓한 돈 벌었다고 다음 지원금을 못 준다니 죽으라는 말인가 싶었다”며 “집에 아픈 딸이 있어 약값도 들고 대출도 갚아야하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그나마 있던 희망도 사라져 이제는 더 이상 버틸 방법이 없다”며 “시간을 늘려 영업을 하게 해달라. 영업은 못하게 하고 지원도 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대책을 세워줄 것을 강조했다.

한편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오는 28일까지로 예정되어 있는 수도권 2단계와 비수도권 1.5단계 거리두기에 대해 이후 2~3일 정도 여유를 두고 상황을 지켜보면서 거리두기 조정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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