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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대보름달 여인들의 직성풀이로 악귀를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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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근 시인·문화평론
  • 승인 2021.02.2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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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중 가장 성스럽고 아름다운 정월대보름
묵은 것 버리고 새 일년 계획하는 상서로운 절기
보름달 아래 코로나19 쫓는 액땜이라도 해보자

 

이병근 시인·문화평론


신통력이 있을 것 같은 형상물을 만들거나 자연적으로 생겨나서 인간의 판단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불가사의한 존재의 이미지를 대상으로 주술을 걸어 자신을 위해 복을 빌며 소원을 바라는 행위를 기복신앙이라 한다. 이는 원시사회에 보편적으로 존재했던 민간신앙이었다. 

끝없이 열린 하늘에 해, 달, 별, 바람, 비, 번개, 그런 천체현상과 연관 지어 대지에 펼쳐지는 계절, 물, 불, 산악, 강, 바다, 암석 등에서 생기는 경외에 자연숭배는 필연적이다. 자연으로부터 죽고 사는 일이 달렸음을 잘 아는 인간으로서는 자연숭배는 삶, 그 자체이며 죽어서도 동시교감을 한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런 까닭에 자연을 대상으로 기복의 행위는 복(福)을 바라는(祈) 신앙 행태로 재물, 무병장수, 내세의 공덕, 자손의 번창 등 인간의 에고이즘에 의해 맹목적으로 행하던 인간사회의 토착문화였다. 

정월대보름은 보름달의 정기를 받아 복되고 길한 일이 일어날 것을 소원하거나 액운을 예방하거나 묵은 것은 버리고 새로운 일 년을 계획하기 상서로운 절기이다. 우리 민족은 설날을 시작으로 정월대보름까지 십오일 동안은 송구영신을 실천에 옮기는 기간이다. 정성을 다해 자신의 복을 빌고 이웃과 더불어 우리의 의식을 밝혀 줄 지혜의 빛, 깨달음의 빛에게 치성을 드리게 되는데 그 정점에 ‘보름달’이 있다. 하늘에 있는 달이라는 단어의 원래 의미는 ‘높다' 혹은 ‘높은 곳’이었다. 매달다, 키다리(키달이), 다락(달악), 비탈(빗달)이 모두 높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정월대보름달은 보름달 중에서 가장 성스럽고 아름답다. 

달은 태양만큼이나 인류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달은 어둠속에서 길을 밝혀주는 수호신이며 주기를 가지고 차고 기울기를 반복해 시간 측정에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음력은 달을 기준으로 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에서는 ‘삭’이나 ‘망’일 때를 명절로 정하고 이 특별한 날에 있는 신비한 천체현상인 보름달에게 소원을 빈다. 모성 원리를 인격화한 신, 주로 생식력, 풍요 따위를 상징하는 달은 여성이며, 정월대보름을 기리는 일은 주로 여성이 주관한다. 

대지모신(大地母神)은 모성에 의한 생식력, 창조력, 또는 대지의 풍부함을 상징하는 여신이다. 아버지는 하늘(天), 어머니를 땅(大地)으로 칭해지기도 한다. 땅이 어머니(母)라는 생각으로, 과거 농경 사회에서 모든 생산물은 땅에서 얻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땅은 생활의 터전인 동시에 만물이 생성되는 근원이었다. 이는 마치 어린 아이가 어머니로부터 무한한 베풂을 받는 것과도 같아 땅을 어머니처럼 여기며 신성시했는데, 대지모신과 달의 함수관계에서 달은 상위의 여신인 것이다. 

여성의 생리 주기는 달의 주기와 거의 일치하는 것도 여성과 달은 연관이 있다. 생리의 다른 한자말은 월경(月經)이다, 순우리말로는 ‘달거리’이다. 옛 여인들은 다산의 능력을 달의 정기로부터 얻을 수 있다고 여겼다. 해는 양력, 달은 음력의 에너지원으로 음양설에 기인했을 것이다. 봉건사회 여인들은 연중 집안에서만 생활하던 답답함을 대보름 밤만은 다리 밟기니, 직성풀이니 해 바깥출입을 함으로써 달의 정기를 흡인하게끔 풍속적으로 보장을 받았다.

 자손이 없는 양반집 마님들은 달을 보고 숨을 크게 들이키기를 아홉번씩 아홉 차례-곧 여든 한번 기통으로 ‘달 삼키기’를 해 아기 생길 기력을 보강하기도 하고 달빛을 받은 이슬을 거두어 엿을 고아 ‘월정고본환’이라는 보름제까지 만들어 아이 못 낳는 딸에게 보내기도 했다. 
신라 소지왕 때에 사금갑 사건이 있은 후, 매년 정월 상진(上辰)·상해(上亥)·상자(上子)·상오일(上午日)에 온갖 일을 조심하고 행동을 삼가며, 정월 보름을 오기일(烏忌日)이라 하여 찰밥을 지어서 제사 지내는 풍습이 있다. 김종직은 ‘달도가’를 지어 정월에 ‘삼가 해야 하는’ 인내와 근심을 토해 내기도 했다. 

지금 우리는 악귀와 전투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이 불편하더라도 자신을 위해 지켜야 한다. 그리고 무슨 수단이라도 동원해야 한다. 서로를 위해 비록 비과학적이든 비종교적이든 상관없다. 그냥 가족의 평안을 위해 정화수 바치는 어머니 같은 간절한 마음으로 정월보름달 그르매 아래에서 마귀를 쫓는 액땜을 해보는 것이다. 코로나에게 “내 더위 사가라!” 그리고 “썩 물러가라!” 호통을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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