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능인 미담장학회 상임대표   
 

 

법에 근거하지 않은 일부 고교 기숙사 폐쇄 억지스러워
시민은 법 위 군림하는 교육감 아닌 교육행정가를 원해
울산교육청, 취약계층 학생 위해 올바른 정책 실행하길

 

울산교육청의 일부 고등학교 기숙사 폐쇄는 취약계층 청소년을 추위에 내모는 차갑고 모진 정책이다.

울산교육청이 일부 공립·사립 고등학교의 기숙사를 사실상 폐쇄하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이에 입장을 달리하는 학생·학부모·동문 등 지역사회의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다.

현재 울산의 12개 고등학교가 학내에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고인 남창고, 신정고, 언양고, 울산고를 비롯해 현대청운고, 현대공고 등의 자율·특목고도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울산교육청은 학교의 기숙사에 대한 제대로 된 공개 평가와 공청회도 없이 최근 일부 학교에 대해 일방적으로 기숙사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학생들의 안전과 생활지도를 위해 고등학교의 기숙사에 배정된 ‘사감 선생님’의 인원 편성을 취소해 사실상 기숙사를 운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울산교육청이 사감 선생님을 학교 기숙사에서 쫓아내면, 결국 학생들을 안전사고 등에 방치될 수밖에 없고 결국은 기숙사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해당 정책에 우려를 표하는 일부 학부모와 동문들이 자부담으로 사감 비용을 충당하겠다는 제안을 했음에도 교육청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

울산교육청 주무부서는 일부 고등학교 기숙사 해산의 명분으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기숙사를 사용해 다른 학생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 ‘시내에 위치한 학교는 원거리 통학생이 없어 기숙사가 필요 없다.’ 등의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교육청의 주장은 법에 근거하지 않은 초법적 주장이자 민선 교육감의 왜곡된 교육 철학이 투영된 억지로 보인다.

우선,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기숙사 선택의 우선권을 주는 이슈에 대해 생각해보자.

울산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교육 평준화’ 정책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찬반이 나뉠 수 있다. 필자는 맹목적인 교육 평준화는 결국 교육 수준의 ‘하향 평준화’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또한 ‘교육 평준화’를 주장하는 위정자 중 약간 또는 상당수는 자신들의 자녀·친척을 명문 사립고나 외국어고등학교, 또는 해외 학교에 보내는 행태를 보이고 있기에 그들의 주장은 진정성이 결여됐다고 본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에 명시된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는 ‘교육 기회의 평등’이지 ‘결과의 평등’이 아니다. 교육 당국의 일부 위정자처럼 다른 학생들은 ‘하향 평준’의 덫에 가두어 놓고 자신들의 자녀·친척만 명문고, 명문대학으로 보내는 ‘위선을 행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육 평준화’의 깃발을 든 민선 교육감을 선택한 것도 결국 시민들이기에 성적과 기숙사 선택의 우선권 부여의 관계에 대한 교육청의 입장도 틀렸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교육청의 입장을 존중해 전향적인 입장을 제시했다고 한다. 앞으로 ‘성적 우선’이 아닌 ‘취약계층 우선’ 선발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교육청은 기숙사 폐쇄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원·근거리 통학생’과 기숙사 폐쇄를 임의로 연계한 교육청의 졸속 행정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교육청은 현재 ‘시내에 위치한 학생들은 통학거리가 짧아서 기숙사가 필요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기숙사가 필요 없는 짧은 통학거리’에 대한 법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도시·군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등에 의해 초등학생들의 도보 통학 거리 기준(1,500m)은 법으로 정하고 있지만, 고등학생의 기숙사 사용 권리를 제한할 통학 거리 기준은 찾아보기 어렵다. 헌법 제37조에 따라 국민의 자유·권리는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최근 서울교육청이 일방 추진한 자립형사립고 취소 결정이 법원에서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았듯이 법에 근거하지 않은 행정은 결국 시민들에게는 혼란을 초래하고, 결정권자에게는 직권남용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뿐이다. 시민들은 시민과 법 위에 군림하는 교육감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적법절차에 따르는 교육 행정가를 원한다. 법적 근거 없는 통학거리를 이유로 학생·학부모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결정을 한다면, 해당 결정은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다.

기숙사는 단순히 성적 향상과 통학 시간의 축소를 위해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의 자율적 선택을 바탕으로 전반적 면학 여건을 제고하고, 사교육 격차 해소에 기여하며, 공동생활을 통한 책임성 및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학교별로 운영되는 것이다. 특히 취약계층 청소년에게 기숙사 선택의 우선순위를 주는 일부 고등학교의 제도적 변화를 상정한다면, 교육청의 기숙사 폐지 정책은 취약계층 학생들을 추위로 내모는 모진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장능인 미담장학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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