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실학자 이규경의 <석전 목봉 변증설>에 보면 목봉(몽둥이)도 유구하다. ‘무예십팔반(武藝十八般)’이라 하여 한국의 무예에는 18가지가 있었는데 몽둥이 이름도 유(楡), 저(杵), 간(稈) 등 이 있었다. 양아봉(狼牙棒)이니 가리봉(訶梨棒) 모양도 다양했다. 

그런데 조선 초기의 무신들은 이 봉술로 일당십을 막아내지 못하면 어느 계급 이상 승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향병이나 포졸들이 칼 대신 붉은칠을 한 목봉을 차고 다녔다. 부잣집에선 집집마다 척도곤(斥盜棍)이라 하여 도둑 쫓는 몽둥이를 창고에 준비해 뒀던 것도 이 몽둥이와 한국인의 함수관계를 입증해 주고 있다. 몽둥이를 깎아 모난 각목이 되기도 했지만 원류는 한 가지다. 

중국에서는 이 몽둥이로 공을 치는 야구를 봉구(棒球)라고도 하지만 요즘 야구 방망이는 사람을 공처럼 치는 엉뚱한 용도로도 자주 쓰인다. 그것도 ‘엎드려 뻗쳐’까지 시켜놓고 야구 방망이로 폭행했다면 조직 폭력배들이나 하는 짓이다. 갓 마흔이 넘은 재벌가 기업인이 저지른 일 이다.

2010년 12월 고용승계 문제로 다투던 50대 근로자를 불러 때리고 그 대가(代價)로 ‘한대에 100만원’씩의 맷값을 준 사실이 드러나 화제가 됐다. 그 옆엔 임직원 7〜8명이 있었지만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고 한다. 매를 맞았다는 근로자는 그 자리에서 ‘맷값’으로 1,000만원짜리 수표 두장을 받았다고 했으나 담당 경찰관은 수사할 생각도 않았다. 

옛날 관아의 곤장을 대신 맞아주고 맷값을 챙긴 ‘맷군’들 얘기가 있긴 있었다. 가난한 흥부도 ‘맷값’을 받은적이 있다. 또 매맞고 온 아들 대신 분풀이 보복 폭행을 한 재벌가 오너도 있었다. 

현대 사회에서는 경찰이 매 맞는 사람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하나 손을 놓고 있었다. 뒤늦게 수사하지 않은 경찰관을 징계한다고 나서 부끄러운 ‘맷값’이 되고 말았다. 10여년이 지난 최근 그 재벌가 기업인이 아이스하키 연맹 회장으로 추대 됐으나 왕년의 맷값 스캔들이 드러나 낙마했다. ‘맷값’이 따라다니며 돌고 돌아 때린자에게 다시 돌아와 또 한번 망신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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