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노동 필요하지 않은 ‘미래사회'
축적된 데이터가 생산산업 활동 주도
소비 따라 변하는 산업구조 대비해야

 

안세훈
트리즈-큐 창의센터 대표
동의대학교 겸임교수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인간수명 150세, 인공지능, 로봇 등 지금껏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가능했던 그런 것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런 세상은 분명 인간의 편의를 위해 발전해 오는 것임에는 틀림없으나, 급격히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인간들은 어떻게 삶을 영위해야 하는 것인지 커다란 느낌표가 머리 속에 가득 차는 것 또한 현실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제조업 중심의 경제사회 속에서 살아오고 있었다. 1차 산업혁명부터 2차 산업혁명까지 제조업은 완벽하게 경제를 주도했다. 당시에는 무엇이든 만들기만 하면 소비가 이뤄지는 시대였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의 기업은 물건을 생산한 후 팔릴 것을 걱정할 필요조차 없었다. 만들기만 하면 모두 팔려 나갔다.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경제의 주도권은 조금씩 소비자에게 넘어오기 시작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지면서, 가계도 기업 못지않은 정보력을 가지게 됐다. 덕분에 무조건 소비하지 않고, 자기 취향에 맞게 선별적으로 소비를 하게 됐다.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으로 대표되는 미래의 삶을 생각해 보자. 모든 생산 활동을 로봇이 대신하게 되고, 인간의 수명은 150세를 넘어서는 미래, 인간은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까? 
암울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인간이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세상이라면 세상 자체가 존재할 필요 없으니까 말이다. 페이스북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지속되기 때문에 유지되는 기업이다. 아마존은 사람에게 필요한 물건을 배송해 주는 기업이며, 넷플릭스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기업이다. 그리고, 구글은 사람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들 기업들은 사람의 관심사, 이동 패턴, 선호도 등을 데이터로 전환해 기업 활동에 이용하고 있다. 무엇인가를 생산하기 위한 활동에서 사람의 역할은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미래를 지향하는 기업들은 인간의 활동에 기반해 운영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에게 구매력이 없어진다면, 어떠한 기업도 살아남을 수 없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고령화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인간이 오래 오래 사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고령인구가 많아지면, 이들을 부양할 젊은 세대들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은 생산이 소비를 견인한다는 과거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생각이다. 

고령인구에 대한 인식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고령인구 즉 노인들은 생산의 주체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소비의 주체는 될 수가 있다. 단순히 먹고 마시는 생존형 소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활동을 돕는 보조적 인력이 필요하고, 이들의 건강을 살피는 의료인력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사용해야 하는 여러 보조기구와 전용기구들이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으로 고령인구를 다시 관찰해 보면, 노인들은 최소한 3~4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주는 소비의 주체가 된다. 

미래 사회는 인간의 노동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회가 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인간이 노동을 하지 않는 다면, 인간은 어떻게 삶을 영위해야 할까? 생산 요소의 관점에서 본다면, 노동이 없으니 인간 존재도 필요없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미래사회의 인간은 그저 살아 숨쉬기만 해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생산하게 된다. 인간이 생산하는 그것은 미래산업 즉, 인간의 노동이 필요없는 산업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데이터'이다. 

이 ‘데이터'가 중요한 이유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다면, 데이터가 존재할 수 없고, 산업들도 존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미래의 산업이 계속 존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간이 생존해, 더 많은 데이터를 생산해야만 한다. 결국, 미래산업은 인간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대신 데이터 사용료를 지급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생산 기업이 홀로 존재해서는 사회가 운영되지 못한다. 기업의 재화를 소비할 수 있는 소비 주체, 즉 가계가 있어야만 한다. 가계에게 구매능력이 사라진다면 기업도 살아남을 수 없다. 이제는 소비가 생산을 견인하는 사회가 됐다. 기본소득의 개념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안세훈 트리즈-큐 창의센터 대표/동의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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