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모 "어린이집 안 가겠다 떼쓰던 아이 맡길 곳 없어 등원” 자책
 아동학대 사건 3개월 다 되도록 가해교사 사과 한마디 없어
“원장, 상황 무마시키기 급급한 사과”…폐원 결정에 당혹감

 

   
 
  ▲ 사진을 찍기 위해 뒷걸음질치던 담당 교사에게 부딪힌 한 원아가 책상에 머리를 찧는 CCTV 장면.  
 

▷속보=“어쩐지 아이가 어린이집 통학차만 보면 울더라니…. 가기 싫다고 울고불고 떼쓰던 아이를 억지로 보냈어요. 선생님을 믿었거든요. 아이가 ‘선생님 싫어, 아니야’라고 뒷걸음질 치며 그렇게 신호를 보내줬는데, 그 말을 한번만 곱씹어볼걸…. 되돌아보면 온통 후회 뿐이에요.”

울산 남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부터 수차례 신체적·정서적 학대 피해를 당했다(본지 2021년 3월 3일자 6면 보도)는 세살배기 한 아동의 엄마는 울분을 터뜨렸다.
“맞벌이다보니, 어린이집이 아니면 아이를 맡아줄 곳이 마땅치 않았어요. 어쩔 수 없이 어린이집에 등원시켰는데.”
또다른 피해 아동의 엄마도 “아이에게 미안하다”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실을 처음 확인한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다는 게 너무 미안하고 너무 괴로웠다”며 “‘선생님이 밥 먹는데 빠빠(밥) 뺏어갔어’라는 아이의 말에 가슴이 저렸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60일치의 CCTV 영상에서 확인된 신체적 학대 정황만해도 40차례.
“그런 사람은 교사를 하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이 어린이집 학부모들은 아동학대 사건이 불거진 지 3개월이 다되도록 가해 교사에게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동안 어린이집 원장이 직접 학부모들과 소통하면서, 가해 교사의 개인 전화번호조차 알 수 없었다.
어린이집 원장이 사과를 하긴 했지만, 상황을 무마시키기에 급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했다.
“계속해서 ‘죄송하다, 한번만 넘어가달라, 봐달라’고 하는데, 도대체 뭘 봐달라는지 모르겠어요. 이후로도 한두번 문자메시지가 왔는데, 일부러 사과한 기록을 남기려하나, 이런 의심만 들더라구요.”

문제가 불거진 후 어린이집의 갑작스런 폐원 결정도 학부모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폐원 나흘 전 어린이집으로부터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학부모들은 앞으로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는 거다.
한 학부모는 “사건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원아 모집이 어려워져 폐원 하겠다’고만 알려왔다”며 “학대 사건이 일어났다는 걸 모르는 다른 학부모들에게 사실을 숨기려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고, 이는 이해할 수 없는 대응”이라고 꼬집었다.
학부모들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원장과 가해교사의 진심어린 사과를 해주길 바라고 있다.
앞서 이 어린이집 원장은 피해아동의 학부모에게 ‘그동안 가해교사의 아동학대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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