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지속 원했으나 강제전역 처분…소송 이어가
법적 여성된 지 1년여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

성전환수술 이후 강제 전역 처분을 받고 법정 소송을 이어가던 변희수 전 육군 하사가 결국 군으로 나라를 지키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여성으로서의 성적 정체성을 찾은 뒤에도 군 복무를 계속하고 싶어 하던 변 전 하사는 전역 처분 이후 이에 불복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에서 군을 비롯한 우리 사회에 많은 논쟁거리를 던졌다.

특히 미국 등 서구 사회에서 큰 사회적 논쟁 소재였던 성 소수자의 군 복무 허용 문제와 연결되면서 군의 조치와 성전환자의 군 복무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이어졌다.

◇ 성전환 수술에서 강제 전역 처분까지

3일 육군에 따르면 남자로 태어난 변 전 하사는 2017년 기갑병과 전차승무특기로 임관해 경기 북부의한 부대에서 부사관으로 복무했다.

그는 전차조종수로서 군 임무 수행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국군수도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등 성 정체성 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2019년 11월 국외 휴가 승인을 얻어 태국으로 가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그는 공식적인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꾸려고 관할 법원에 성별 정정 허가를 신청하는 한편 군 복무 지속을 희망했다.

그러나 변 전 하사는 군 병원에서 신체적 변화에 대한 의무조사를 받았고, 군 병원은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렸다.

이에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군에 남성의 성기를 상실했다는 이유로 심신장애라 판단하지 말 것과 전역심사전역심사기일을 법원의 성별 정정 결정 이후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센터는 군의 반려 조치가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 인권위는 지난해 1월 21일 변 하사의 전역심사위원회 개최를 연기하도록 육군참모총장에게 권고했다.

그러나 육군은 이튿날 예정대로 전역심사위를 열고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며 전역을 결정했다.

결국 변 전 하사는 같은 달 23일 새벽 0시부터 민간인이 됐고 창군 이래 최초의 성전환 수술 군인의 복무는 이뤄지지 않게 됐다.

◇ 군, 신체변화를 '심신장애'로 규정…"성전환 문제는 전역 결정과 무관"

변 전 하사의 강제 전역 조치는 군인사법과 그 시행규칙 제53조 1항 '장교·준사관 및 부사관의 심신장애로 인한 전역·퇴역 또는 제적의 기준' 등에 입각한 결정이라고 육군은 설명한다.

군인사법 시행규칙은 심신장애의 정도가 1∼9급 사이에 해당하고 그 심신장애가 비전공상으로 생겼을 때 전역심사위의 심사를 거쳐 퇴역 또는 제적을 시키도록 하고 있다.

변 부사관은 성전환수술 이후 받은 의무조사에서 음경 상실과 양측 고환 결손 등 2가지 사유로 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육군 관계자는 당시 "남성 군인으로 임관해 임무를 수행해오다가 신체적 변화가 있었고, 의무조사 규정에 따라 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며 "이런 경우 전역심사위를 열게 돼 있고, 심의에서 전역이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역 결정이 "성전환과는 무관하다"며 "성전환을 했다고 해서 전역시킬 수 있는 규정은 없다"고 덧붙였다.

수술 결과에 따른 그의 성별 변화 인정 여부 등이 강제 전역 결정에서 고려 사항이 아니었으며 수술에 따른 신체적 변화를 '심신장애'로 판단해 전역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물론 군인사법 시행규칙상의 전역 사유가 있더라도 현역 복무를 계속하기를 원할 경우 전역심사위는 의무조사위의 전문적 소견을 참고해 심의를 거쳐 현역 복무를 계속하도록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일각에서는 군인사법 시행규칙 상 본인이 원하더라도 현역 복무를 허용할 수 없는 사유 중 하나인 '고의로 심신장애를 초래한 경우'가 변 전 하사에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 "최전방 남아 계속 나라 지키고 싶다"…불복 투쟁 지속하다 숨져

군의 전역 결정 직후 변 전 하사는 인권센터가 연 기자회견에 군복을 입고 모습을 드러내면서 불복을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준비한 입장문을 읽으면서 "성별 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모든 성 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 변 전 하사는 "다시 심사해달라"며 지난해 2월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을 제기했으나, 육군은 "전역 처분은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일부 외신들은 군의 강제 전역 조치를 두고 성소수자를 대하는 한국 사회의 인식을 드러내는 단면으로 평가하며 한국이 다양성 존중에서 인색하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인권전문가들도 지난해 7월 말 정부에 "변 전 하사의 전역은 일할 권리와 성 정체성에 기초한 차별을 금지하는 국제인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규정에 따른 조치였다"며 "성전환수술을 받은 이의 군 복무 허용 문제는 북한과 휴전 중인 한국의 특수한 안보환경과 함께 전투준비 태세에 대한 영향과 사회적 합의 등 다양한 분야를 고려해봐야 하는 정책적 문제"라고 설명했다.

사회에서도 군의 강제 전역 조치와 변 전 하사의 군 복무 문제를 두고 찬반 논란이 이어졌다.

그의 군 복무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성전환이 전투 능력 상실과 직결되지 않는다거나, 여군으로 재입대를 하면 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반대 쪽에서는 여군으로 복귀하더라도 다른 여군이나 장병들이 불편해할 수 있다거나 군의 특수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이런 논란 속에 변 전 하사는 지난해 8월 11일 계룡대 관할 법원인 대전지법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냈고, 다음 달 15일 첫 변론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변 전 하사는 3개월 전에도 극단적 선택 시도해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심적으로 힘든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지난달 28일 이후 소식이 끊긴 점을 이상히 여긴 지역 정신건강센터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변 전 하사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작년 2월 초 청주지방법원의 성별 정정 허가 결정으로 법적으로도 그토록 원하던 여성이 된 지 1년여 만이었다.

훼손된 변희수 전 하사 거주지 현관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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