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尹 “어떤 위치에 있든 민주주의·국민 보호”…사실상 정계 진출 선언
與 “중단 없는 개혁 취임사 거짓 판명…최악의 정치검찰사” 
野 “검찰총장 항의·사퇴 파동 文 정권 오점…헌법정신 무너져”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전격 사퇴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수리했다. 윤 전 총장이 곧장 정계 진출을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정치권에선 그의 정계 진입을 기정사실화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권 구도에 거대한 지각 변동이 예고된다.
범야권 유력 주자로 분류되는 윤 전 총장이 등판할 경우 이념적으로 중도, 지역적으로는 영남과 충청을 흡수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여권으로선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눈에 띄는 대권 주자가 부상하지 않고 있는 야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당장 국민의힘으로 들어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보면서도 내심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제3지대에서 활동하며 ‘정권 견제’ 여론을 결집해주기를 바라는 모양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대검찰청 청사 현관 앞에서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검찰에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도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1시간여만에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윤 총장은 오는 7월 24일 2년 임기를 4개월여 앞두고 물러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전 총장의 사퇴를 맹비난했다.
허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얻은 건 정치검찰의 오명이요, 잃은 건 국민의 검찰이라는 가치”라며 “검찰 스스로 개혁 주체가 돼 중단 없는 개혁을 하겠다는 윤 전 총장의 취임사는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사과 한마디 없이 국민을 선동하고, 검찰의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정의에 대한 개혁은 하지 못한 무능하고 무책임한 검찰총장이다”며 “그런 검찰총장으로서 행한 사의 표명은 정치인 그 자체의 모습이다”고 평가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무책임한 정치 선언을 하면서 사퇴한 윤 전 총장에 이어 혹시라도 일부 검찰에서 사퇴가 이어진다면 최악의 정치검찰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수청법 제정을 논의하고 있는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는 윤 전 총장의 거취와 무관하게 이날도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특위는 중수청법의 초안을 만들어 법제처에 법률 검토를 의뢰한 상태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윤 전 총장의 사퇴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면서도 ‘전 총장 사퇴가 민주당의 검찰개혁에 영향을 미치겠느냐’는 질문에는 “검찰개혁은 흔들림 없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은 문재인 정부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부패를 감추기 위해 윤 전 총장을 사퇴로 몰아붙였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역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항의, 사퇴 파동은 문재인 정권의 가장 큰 오점으로 두고두고 남을 것”이라며 여권 일각의 ‘기획 사퇴’ 의혹에 대해서는 “요즘 민주당이 관심법을 많이 쓴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처)법을 만들어 집요하게 쫓아낸 ‘기획 축출’ 아니냐”고 받아쳤다.
김기현(남구을)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윤 전 총장이 살아있는 권력의 압박과 무시, 힐난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킨 덕분에 실낱같이 유지됐던 헌법정신이 이제 속절없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며 “사후가 두려운 ‘그분들’은 중수청을 도입해 손에 안 잡히는 검찰은 과감히 버리고, 내 입맛에 맞는 권력기관을 통해 자신들의 죄악을 더욱 철저하게 꽁꽁 감추려 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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