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년간 건재해 온 꿀벌 공동체
지향·협업·배려하며 맡은 임무 수행
지속성장 위한 경영인에 필요한 지혜

 

감동훈 롯데지주 상무

꿀벌 2만마리로 구성된 하나의 꿀벌 공동체. 여기에서 20만개의 알이 키워지고 매일 2kg의 꿀이 생산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은 무려 3,000만년전부터 이런 방식으로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들은 과연 무엇이 그토록 특별했기에 지금까지 건재할 수 있었을까? 
그들의 건재 이유는 먼저 공동체 목표에 대한 강한 ‘지향’이다. 

공동체의 식량이자 에너지원인 꿀과 꽃가루 중 특히, 여왕과 유충의 먹이인 로얄제리를 만드는 꽃가루는 1년에 20kg이 필요하다. 이는 일벌 한 마리가 몇 달 간 3,000송이의 꽃을 매일 방문해야 모을 수 있는 양으로 수많은 일벌들이 일생을 바치는 작업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경쟁자들이 너무 많다. 바로 나비, 파리, 풍뎅이가 그들이다. 
그렇다면 이에 맞서는 꿀벌의 전략은 무엇일까? 

일벌 중에는 꿀과 꽃가루를 수집하는 일벌인 수집벌이 있다. 그들은 무엇보다 곧장 꽃밭을 향해 날아가 수집을 재빨리 마치고 오는 것이 중요하지만, 어느 꽃밭이 작업하기에 적합한지 알 수가 없다. 때문에 좋은 꽃밭을 찾기 위한 벌, 일명 정찰벌이 출동한다. 
1cm 정도 체구로 30km/h의 빠른 속도로 각자 반경 10km 를 조사하는 정찰벌은 기준을 가지고 목표지를 정한다. 가깝고 안전하고 다량의 동종꽃이 만발한 꽃밭을 찾는 것. 발견 후엔 10회 이상 꽃밭과 벌집 사이를 왕복하며 수집벌을 위한 최적의 비행노선 확보한다. 

그리고 그 유명한 꿀벌의 춤이 시작된다. 태양, 벌집, 꽃밭을 연결한 선의 각도를 꼬리춤을 통해 위치를 전달하고 흐린 날에는 태양빛의 파장까지도 고려해 신호를 보낸다. 정찰벌들이 알려주는 정보를 토대로 수집법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사불란하게 꽃밭으로 출동한다. 
이와 같이 공동체의 에너지원을 얻기 위한 꿀벌들의 ‘지향’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출동한 수집벌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궁금하다. 여기서 꿀벌 공동체의 건재 이유 두 번째가 나온다. 바로 ‘협업’이다. 

무엇보다 수집벌의 임무는 경쟁자들보다 빨리 꿀과 꽃가루를 따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집벌들끼리는 각자가 하나의 꽃을 맡아 집중한다는 약속을 한다. 따라서 수집벌 한 마리는 꽃에서 꿀과 꽃가루를 반복해 따는 동안 꽃샘과 꽃가루의 위치를 학습한다. 
그런데 수집벌들은 어떻게 수많은 꽃 중에서 동료 벌이 다녀간 꽃을 가려낼 수 있을까? 
비결은 수집벌끼리의 협업이다. 이미 방문한 꽃에 꿀이 없다는 것을 나타내는 표지페로몬을 발라 동료들의 시간 낭비를 막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표지페로몬은 꿀이 다시 생기면 저절로 사라져 새로운 수집벌이 올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훌륭한 수집을 마치면 귀환할 시간이 되고 임무를 마친 수집벌은 무거운 꿀과 꽃가루를 가지고 무사히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체력도 떨어진 상태인데다 복귀하다가 길을 잃을 수도 있다. 
그들은 이러한 난관을 ‘배려’를 통해 극복한다. 

수집벌의 귀환소식이 공동체에 전해지면 현역에서 은퇴한 고참 벌들이 삼삼오오 입구로 모이기 시작한다. 그들은 배 끝에서 발산하는 것은 방향물질 ‘게라니올’을 뿜어내며 공동체 기지가 여기라는 것을 알린다. 특히 비행경험이 적은 수집벌에게는 결정적 유도물질이다. 
이렇게 임무를 마친 수집벌은 고참 벌의 배려 속에 무사히 복귀하게 되고, 가지고 온 꿀과 꽃가루는 꿀벌 공동체에게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거듭나게 된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의 파고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지금. 수 많은 경영인들은 조직을 이끌어가기위해 매일 혼신의 힘을 쏟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꿀벌처럼 백년, 천년, 만년을 넘어 지속하는 공동체의 힘은 무엇일까? 

공동체가 뜻을 모아 하나의 목표를 지향하고, 최선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협업을 이루며, 리스크를 막고 서로가 힘이 돼주는 배려를 이어가는 것. 결국, 꿀벌이 만든 공동체는 지향, 협업, 배려를 통해 각 구성원이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조직으로 나아가는 자율경영이 아닐까? 이것이 바로 지속성장을 추구하는 우리 경영인들에게 꿀벌 공동체가 주는 경영의 지혜일 것이다. 

감동훈 롯데지주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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