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장마당 세대인 2030세대를 겨냥해 ‘인간개조론'을 언급했다. 한류 등을 접하면서 외부 세계를 동경하고 개인주의에 익숙한 청년층이 체제를 위협하는 불만 세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종신 집권을 생각하는 김정은에게 2030세대는 ‘골머리’라는 얘기다. 

그 옛날 한비자 ‘오두’편에는 ‘지금 덜떨어진 젊은이가 있어 부모가 화를 내도 고치지 않고, 동네사람이 욕해도 움직이지 않고, 스승이 가르쳐도 변할 줄 모른다”고 나무라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우리 MZ세대(1980~2000년대 초에 출생한 20~30대)는 선거판을 뒤집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에다 ‘취업 지옥’까지 겪으면서 곳곳이 불공정한 사회가 그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결사항쟁, 투쟁 같은 전투적 단어쓰지 마세요. 빨간 머리띠 두르고 노동가요 부르는 거 생각 납니다.”, “일은 안하고 스마트폰 게임만 하는 사람은 되지 맙시다. 할 일은 하면서 정당한 권리 주장하는 노조 만듭시다.” 

MZ세대가 주축이 되어 사무직 노동조합 설립에 나선 현대자동차그룹 사무·연구직 직원들이 SNS에서 나눈 대화다. 기존 생산·기술직 노조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기존 성과급·보수체계에 대한 불만을 계기로 노조 설립을 위해 모였지만 ‘투쟁’이라는 단어는 금기어에 가깝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생산직 중심 기존 노조와 별도로 사무직 노조 설립에 나섰다. “투쟁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준다.”, “빨간 조끼, 빨간 띠도 하지 말자.”며 스마트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과격성은 지양하지만 ‘어용 노조’가 되겠다는건 아니며 불합리한 것은 제대로 따지자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대우만 제대로 해주면 투쟁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생산직에 비해 ‘단결’이 어려웠던 사무직이 이제와서 나서는 이유는 뭘까. 그 해답은 MZ세대가 사회의 주축으로 떠오르는데서 찾아야 한다. 기성세대에 비해 공정성을 중시하고, 자신의 권리를 찾겠다는 MZ세대의 특성을 잘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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