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적 노사관계를 지양하고 상생의 노사문화를 지향하는 ‘사회적 조합주의’ 노동운동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조의 올해 임단협 일정이 성큼 다가왔다. 최근 그룹 내 출범한 사무·연구직 노조가 제조업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현대차 노조의 교섭에 어떤 변화를 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오는 12~14일 임시대의원 대회를 열고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한 뒤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사측과 상견례를 열 계획이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정년연장과 신사업 변화에 대응한 기존 일자리 지키기를 비롯해 임금 인상과 성과금 지급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대로라면 현대차 노사의 올해 교섭은 예년처럼 6월부터 본격화하는 셈이다. 지난해 현대차 노사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8월 상견례를 진행했지만, 그 전에는 통상 6월이면 협상을 시작했다.



이번 상견례 최대 변수로 지난달 29일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를 중심으로 출범한 사무·연구직 노조가 언급됐지만, 올해 교섭에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복수노조 체계일 때는 노조 측은 사측과 임단협을 진행할 ‘교섭 창구 단일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교섭 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2개 이상 노조가 서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를 가진 쪽이 교섭대표 노조가 된다.

기존 금속노조 산하 현대차 지부는 전체 조합원 4만9,000명가량을 확보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사 사무·연구직 노조 인원은 500명 수준이다. 현대차 소속 인원만 따지면 그보다도 적다.



게다가 사무·연구직 노조가 사측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시기도 이미 지났다. 사측은 올해 교섭을 요구할 노조를 지난 1월 받았는데, 당시 기존 현대차 지부밖에 없었고 올해 교섭 대표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사무·연구직 노조의 교섭 요구는 내년에야 가능하다.

절대적 수적 열세로 교섭대표 노조가 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남은 방안은 교섭 분리를 요구할 수 있다. 사무·연구직은 생산·기술직과 근로 조건이 다르고, 고용 형태나 교섭 관행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사측과 따로 교섭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최근 비슷한 사례로 꼽히는 LG전자 사무직 노조의 분리 교섭 신청을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해 기각했는데, 현대차그룹 사무·연구직 노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그러나, 기존 현대차 지부는 사무·연구직 노조 출범을 무시할 수는 없는 분위기다.

그동안 노조가 생산·기술직 중심으로 교섭을 이끌어왔다는 비판과 함께 사무·연구직이 소외됐다는 불만이 밖으로 터져 나왔고, 이들이 따로 노조까지 만들어 세력화했기 때문이다. 또 지역 양대사업장으로 분류되는 현대중공업 사무직 근로자들도 노조를 결성하지는 않았지만, 조직적인 행보를 보이기 시작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일자리 유지를 핵심으로 담은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나왔을 당시 낮은 성과금 등에 실망한 젊은 연구·사무직을 중심으로 부결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목소리가 여론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올해 현대차 교섭에선 이를 반영한 합의안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사무·연구직 노조 출범을 일단은 지켜보는 상황”이라면서도 “사무·연구직 노조 출범 의미를 고민하고 사무·연구직 이해를 반영한 근로 조건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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