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잔반 재사용, 조리사 배치 위반 등 '불량급식'으로 논란이 됐던 울산지역 모 어린이집(4월 20일 6면)이 시정명령을 받은 후 갑작스럽게 휴지 통보를 하면서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해당 어린이집은 낡은 건물을 수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당장 갈 곳 잃은 원아들을 둔 학부모들은 동의 없는 일방적인 결정일뿐이라며 분노했다.

5일 남구청에 따르면 해당 어린이집은 잔반 재사용, 밥솥 위생 관리, 조리사가 아닌 교육교사가 밥을 짓도록 한 것, 조리사로 배치된 직원의 차량 업무 투입 등 '급식관리법' 위반사항이 확인되면서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3일 어린이집 대표가 학부모들에게 서면 공지를 통해 운영을 중단하는 ‘휴지’를 통보했다.

공지에는 “시정사항과 간담회 및 학부모들이 내 준 개선방향에 대한 의견을 반영해 원 운영에 만전을 기하고자 다방면으로 조언을 구하고 고심한 끝에 어렵고 무거운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본 어린이집을 책임지고 있는 대표로서 깊이 반성하며, 믿고 맡길 수 있는 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시간으로 휴지기간을 갖고자 한다”고 적혀있다. 다만 정확한 휴지 날짜는 고지하지 않았다.

이어 낙후된 시설의 근본적 개선을 통감하며 건축업자에게 건물보수 진단을 받은바 건물이 낡아 대수선 또는 신축을 고려하며 검토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대표는 “원아들의 안전한 생활을 위해 불가피한 상황으로 운영자의 부재, 다수의 원아 퇴소, 코로나로 인한 불규칙적인 등원 시기에 원을 점검한다”며 “정식절차를 밟아 올해 8월 말까지만 운영하고 9월 1일부터 휴지를 신청하니 4개월 동안 타 기관 전원할 수 있도록 협조 요청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원의 일방적인 휴지 통보를 받은 학부모들은 “시설 보수는 변명일 뿐이고 퇴소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니 그만두겠다는 것 아니냐”며 “남아 있는 아이들은 당장 어떻게 하느냐”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한 학부모는 “학년을 끝내고 하는 것도 아니고, 당장 2학기부터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는데, 우리를 위해 자리 놓고 기다리는 곳이 있겠냐”며 “엄마들이 발등에 불 떨어진 것처럼 하루 동안 인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전화 돌린다고 난리가 났었다”고 말했다.

이어 “인근 한 유치원은 전화가 수십통 걸려와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고 하더라”며 “대부분 엄마들이 괘씸함을 넘어서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 당장 아이들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기가 막혀 할 말이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결국 6세, 7세반 원아 일부는 인근 유치원에 새로운 반을 각각 개설해 40여명이 단체로 옮기는 방향도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영유아보육법 제43조 어린이집 폐지·휴지 및 재개 등의 신고에 따르면 휴지 2개월 전까지 보육교직원 및 부모 등 보호자에게 사전 고지를 해야 하고 해당 지자체에 미리 신고를 해야 한다.

즉 해당 지자체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정상적인 휴지가 진행될 수 없는 것인데, 그 전에 모든 원아들의 전원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조건이다. 만약 전원이 완료되지 못한 채 휴지를 진행한다면, 무단 폐원으로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남구청 관계자는 “민간어린이집이다 보니 본인들이 못하겠다는 걸 억지로 하라고 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며 “다만 최후까지 원아 모두가 전원 조치 되지 않는다면 휴지 승인을 해줄 수 없다고 어린이집에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에 원장 및 관리자들은 이미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휴지 전까지 원아들의 전원을 책임지고 마무리하기 위해 아직 보류 중인 상태다.

하지만 어린이집 원아가 12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이 인원 모두 전원을 완료하기까지 당분간 휴지에 따른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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