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소 협력사 간부 살인 혐의 50대 첫 재판
“1년전 계약 종료로 데리고 있던 직원 80여명 직장 잃어
  1년 넘게 찾아갔는데 피해자 보는 순간 제정신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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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실패 남 탓으로 돌려…흉기 미리 준비 계획적·잔인한 범행
  가족들 고통 속 눈물로 하루하루 보내…영원한 격리 조치 해달라”

일감 등 문제로 조선소 협력업체 간부를 숨지게 한 50대(▷2021년 4월 12일자 6면 보도)가 “처음부터 범행을 계획한 것은 아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했고, 동생을 잃은 형은 “복수심만 키우지 않도록 해달라”며 재판부에 엄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12일 오전 울산지법 301호 법정에서 형사11부(부장판사 박현배) 심리로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A(55)씨의 첫 재판이 열렸다.
A씨는 지난달 9일 오후 5시 40분께 미리 준비한 흉기로 울산 한 조선소 1차 협력업체 간부(30대)를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수의(囚衣)를 입은 A씨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자 피해자의 유가족 10여명이 앉아있는 방청석에서는 울음과 욕설이 뒤섞여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나가 죽어라”, “천벌 받을 X”

A씨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지만, 우발적인 범행이었다고 주장했다. 2차 협력업체를 운영하던 A씨는 1년여 전 피해자의 회사와 계약이 끊어진 뒤 일감 문제로 갈등을 이어오다 범행 당일 “눈이 뒤집혔다”고 했다.
그는 “유가족분들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고, 제 목숨이라도 바쳐 사죄하고 싶다”면서도 “1년 전 제가 데리고 있던 직원 80여명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다”며 운을 뗐다. 이어 “1년 넘게 일감을 받기 위해 찾아갔는데 피해자를 보는 순간 눈이 뒤집혀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다”면서도 “피해자에게 앙심을 품고 계획적인 살인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A씨가 미리 써놓은 글을 읽으며 이같은 입장을 밝히는 동안 방청석에서는 ‘가증스럽다’, ‘뻔뻔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유가족 대표로 나선 피해자의 친형은 “피고인은 자신의 이기심으로 계획적이고 잔인한 범행을 저지르고도 본인의 사업 실패를 남 탓으로 돌리고 있다”면서 “부디 사회와 영원한 격리 조치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A씨의 범행으로 결혼 2년차 신혼부부의 행복한 삶도 깨져버렸다. 이날 법정에 온 피해자의 장모는 “제 딸은 너무 큰 고통 속에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흉기를 미리 준비해놓고 어떻게 계획적인 살인이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재판부는 A씨의 범행동기 등 추가적인 조사를 위해 보호관찰소의 판결전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16일 오전 10시 30분이며, 이날 검찰의 구형이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이날 지난 3월 24일 북구의 한 공터에서 ‘돈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C(57)씨의 첫 재판도 열렸다. C씨는 모든 혐의를 인정하면서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돈을) 바로 주기로 했는데 늦어졌고, 그 친구(피해자)가 약을 엄청 올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C씨에 대해서도 보호관찰소 판결전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16일 오전 10시이며, 이날 검찰이 구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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