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생포 주민 “고래고기 전문점 평생 업으로 해왔는데 
다짜고자 하지말라는 것…항의집회 등 단체행동 불사”
미국으로 수산물 수출 대비 ‘눈치보기’ 대응 해석 반감 고조
해수부 “피해 보상 용역 발주 예정…협의 통해 방안 마련”

 

   
 
  ▲ 16일 울산 장생포 주민들이 해수부가 발표한 고래류 해양보호생물 지정 추진 방안에 반발하며 입장표명을 하고 있다. 심현욱 기자  
 

정부가 국내 서식하는 모든 고래류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울산 장생포 주민들이 ‘생계를 위협하는 탁상공론’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고래는 위판 등 유통이 전면 금지돼 사실상 먹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는데, 결국 포경산업 금지 이후 마을이 쇠퇴하는 가운데서도 역사와 함께 자리를 지켜온 고래고기 전문점들도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16일 울산 남구 장생포 주민들은 해양수산부가 내년부터 국내 해역에 서식하는 큰돌고래, 낫돌고래, 참돌고래, 밍크고래 등 4종에 대해 순차적으로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에 대해 황당함을 표출하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특히 미국으로의 수산물 수출에 대비한 ‘눈치보기’ 대응이라는 점에서 주민들의 반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130여개 국가는 오는 11월까지 고래류 보호 현황과 향후 계획 등을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제출해야 하는데, 고래류 보호를 강화하는 국제사회 흐름과 NOAA의 까다로운 ‘동등성 평가’에 대비하고자, 고래류 해양보호생물 지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장생포에 가면 고래고기 한 점 먹어 볼 수 있지”, “고래는 장생포가 잘하지”라며 울산의 외딴섬과 같은 장생포를 찾는 발걸음도 머지않아 끊어지게 생긴 것이다.

장생포에서 고래고기 식당을 운영하는 안영경씨는 “평생을 업으로 해온 일을 다짜고짜 하지말라고 하는 것 밖에 안된다”며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대체 뭘 해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고래도시 울산’에 남아있는 고래고기 전문점은 총 22곳, 이 중 9곳은 장생포에 밀집해 있다.

장생포가 여전히 ‘고래’를 상징하는 마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16곳 중 7곳이 문을 닫을 정도로 상인들은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혼획이 허용되고 있는 지금도 매달 5일에서 10일은 문을 닫고 있다.

그나마도 울산시에서 ‘장생포의 고래잡이’가 울산을 대표할 수 있는 상징이라고 판단, 울산의 지역문화와 연계시키려는 여러 노력을 기울였고, 그 덕에 장생포 고래문화특구라는 명목을 이어오고 있지만, 갖은 규제로 주민들이 점차 동력을 잃어가는 분위기다.

주민들은 생계를 지키기 위해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해수부를 찾아가 항의집회를 하는 등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마냥 해수부의 계획을 비난할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국내 수산물의 연간 수출액 23억1,000만 달러 중 3억1,000만 달러(13%)가 미국 비중임을 감안하면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운 수치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양보호생물종 지정 확대에 따라 우려되는 어민들의 소득 감소와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연구용역도 다음달 발주할 예정”이라며 “아직 정해진 사안이 아니고, 어민들과 대화와 협의를 통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생포 주민들은 “단순히 어민들과 고래고기를 판매하는 식당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장생포라는 상징성과 역사를 함께 보고 ‘고래’를 통해 삶을 영위해 온 모든 이들에 대한 용역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단순히 고래고기 유통금지라는 단면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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