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와 민간 택배사들이 과로사 방지를 위한 중재안에 잠정 합의하면서 일주일 넘게 진행 중인 파업을 17일 중단한다. 우체국 택배노조와 우정사업본부가 빠진 반쪽이지만 일부 정상화가 진행됨에 따라 그동안 배송 지연을 겪었던 시민들의 불편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전체회의에서 택배업계 노사가 과로사 방지를 위한 중재안에 잠정 합의하면서 서울로 집결한 전국택배노조의 집회가 마무리됐다.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사회적 합의기구 전체회의에서 노사는 그동안 쟁점이 됐던 택배기사 분류작업 전면 배제 시점과 노동시간 감축에 따른 수수료 보전 문제에 대한 조율을 마치고 과로방지 대책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용은 지난 1차 합의안에서 나온대로 민간 부분에서 ‘하루 12시간, 주 60시간 내에서 근로시간을 정한다’로 합의가 됐고, 분류인력은 연내 투입하기로 했다.

다만 우체국 택배노조와 우정사업본부의 업무에 대해서는 의견을 좁히지 못해 추가로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파업 철회는 민간 부문에 국한하게 됐다. 우정사업본부와 택배노조는 이와 관련해 오는 18일 추가 협의를 실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상경투쟁에 동참한 울산지부의 한 조합원은 잠정 합의내용을 전해듣고 감격하면서도 “아직도 퇴근하지 못한 21명의 동료 노동자들이 있고 이는 안타까운 죽음이었다”며 “택배 노동자들도 쉬면서 일할 권리, 죽지 않고 일할 권리가 있다”고 그동안의 울분을 토해냈다.

이 합의안을 도출하기까지 전국택배노조가 지난 9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택배물품을 기다리는 주민들의 불편함도 더해갔다.

울산은 택배기사 1,100여명 중 전국 최고 수준인 380여명(34.5%)이 이번 파업에 참여했는데, 파업이 장기화하자 우려했던 배송 지연도 현실화돼 시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했다.

결국 기다리다 못한 일부는 지연된 택배를 찾기 위해 직접 물류센터를 찾기도 했는데 대부분 반송처리가 된 상태였다.

이날 북구 한 물류센터에서 만난 A(28)씨는 지난 8일 주문한 여름 침구류 등 4개의 물품이 일주일 넘도록 오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직접 물류센터를 찾았다고 했다. 택배는 모두 반송처리됐고, A씨는 허탈한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직접 오면 택배를 찾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속상하다”며 “어쩔 수 없이 전부 반품처리를 하고 오프라인에서 다시 구매하려고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주민 B(33)씨는 물류창고에 쌓여있는 택배더미에서 지난 8일 주문한 7개의 물품 중 단 1개만 찾을 수 있었다.

B씨는 “택배사가 하도 전화를 받지 않아 직접 물류센터에 왔는데 1개만 간신히 찾았고 나머지는 반송처리 됐다”며 “일부 해외에서 주문한 고가의 제품도 있는데, 혹시라도 분실될까봐 걱정되고 화도 난다”고 말했다.

노조가 파업에 나선 이후 하루 50~100여명이 매일 물류센터로 택배를 찾으러 왔지만, 이틀가량 지난 물품이 반송되면서 대부분 수령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잠정 합의로 이 같은 주민들의 불편함은 해소될 전망이다. 다만 여전히 상황이 뒤집어 질 수 있다는 불씨는 남아있다.

노조 관계자는 “노사가 합의안을 만들어낸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가합의’라는 점이 우려스럽다”며 “우정사업본부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협상 진행 상황과 최종적으로 도출되는 합의안을 보고 추가 대응 등 투쟁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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