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신청 기다리면 늦어"…일과 바쁜 직장인은 접근 어려워

잔여백신 예약 화면[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오늘 화이자 잔여 백신 예약 도전! 오후 반차 썼습니다."

직장인 이모(26)씨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화이자 잔여 백신 도전기를 남겼다. 이씨는 잔여 백신이 주로 오후 시간대에 풀리는 점을 고려해 오후 반차까지 냈다.

이씨는 14일 "재택근무도 못 하는데 델타 변이가 확산하는 것을 보며 불안한 마음이 커졌다"며 "오후 시간 내내 잔여 백신 신청 페이지를 새로고침하며 주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부터 화이자 잔여 백신 예약과 접종이 가능해지면서 그동안 백신 접종에서 소외됐던 20대들의 신청 열기가 뜨겁다. SNS 사용이 활발한 20대들은 서로 예약 팁을 주고받으며 일종의 '게임'처럼 예약 행렬에 뛰어드는 추세다.

온라인상에는 '화이자 백신 접종 성공기'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자신의 블로그에 잔여 백신 신청 팁을 공유한 A(24)씨는 "이틀을 꼬박 투자해 접종 예약에 성공했다"며 "알림 신청을 기다리면 이미 늦고, 점심시간이나 오후 2∼4시를 공략해 (신청 페이지) 새로고침을 거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30대들도 백신 예약 경쟁에 가세하는 모습이다. 기존에도 잔여 백신 예약이 가능했던 아스트라제네카(AZ) 등의 접종을 원하지 않았던 이들마저 대거 동참하고 나섰다.

직장인 황모(33)씨는 "AZ 백신은 맞기 싫어 지난달 주변에서 백신 예약 붐이 일어났을 때 동참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백신 인센티브 때문만이 아니라 가족과 나의 건강을 지키고 싶어 하루빨리 백신을 맞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요보다 잔여 백신 물량이 현저히 적다 보니 예약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등이 주로 예약에 성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오후 시간 업무에 매진해야 하는 직장인들은 잔여 백신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형편이다.

직장인 박모(24)씨는 "동갑인 대학생 친구가 최근 방학이라 시간이 많아서인지 온종일 휴대전화를 붙잡고 있다가 백신 예약에 성공했다"며 "요즘 한창 일이 바빠 예약할 짬을 못 내고 있는데 상대적인 박탈감이 든다"고 말했다.

2030세대가 백신 접종에서 후순위로 밀려나 위험에 노출됐다며 불만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직장인 고모(29)씨는 "20대라고 해서 코로나19에 안 걸리는 것도 아닌데 왜 백신 접종에 차별을 두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감염 확산은 매번 '2030세대의 일탈' 탓으로 돌리면서 정작 백신은 맞지도 못 하게 하니 억울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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