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능인 미담장학회 상임이사

수출경제 비중 큰 한국, 임금올려 내수경제 활성화 한계
최저임금 상승…소상공인 소득감소·취업난으로 이어져
‘변종 소득주도성장’ 사회·경제에 퍼지지 않도록 주의를

최근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의 지급 범위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아 실질 소득이 크게 감소한 소상공인이나 취약계층을 선별해 집중 지원하자는 의견과 전국민의 80% 또는 100%에게 적은 금액이라도 골고루 나눠주자는 주장이 충돌한다. 복지에 대한 근본적 철학 차이에 기인한 논쟁인 만큼 입장을 좁히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지난 12일에는 여야 대표가 ‘경제적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에게 재난지원금을 집중 지원하고 남는 돈은 전국민 100%에게 지급하는 것을 검토한다’ 식의 모순적 합의를 해 비판받는 일까지 발생했다. 
정부 예산은 세금에서 나오고 부족할 경우 빚을 낸다. 추경 예산의 경우 빚을 내서 확보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남는 예산’을 전 국민에게 나눠준다는 것은 빚을 ‘많이’ 내서 현금을 나눠주겠다는 것이고, 그 빚은 결국 미래세대에게 전가된다. 한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는 한술 더 떠서 전국민 100% 재난지원금 지급 논거로, ‘재난지원금 지급·사용을 통한 소상공인 매출확대’를 주장한다. 현금 살포식 복지에 경제 성장 논리를 억지로 연결한 또 다른 형태의 ‘소득주도성장’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각종 변종이 발생해 근절이 어렵듯이, 대한민국 경제에 큰 부담을 준 소득주도성장이 재난 지원금 논쟁을 통해 ‘변종’으로 거듭나고 있다. 
코로나19의 최근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19의 방역 지침이 강화돼 수도권의 경우 2명을 초과하는 저녁 모임이 원천 금지됐다. 강력한 방역 지침이 적용되면 소상공인·자영업자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또한 취업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세대도 고통을 받는다. 그런데 이들은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꾸준히 경제적 고통을 받아 왔다. 그 첫 번째 원인이 문재인 정권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소득주도성장’이다. 
문재인 정권의 유일한(?) 경제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은 내수시장이 활성화 돼 있는 일부 해외 국가의 ‘임금 주도 성장’을 변형시킨 것이라는 평가가 설득력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임금 근로자 못지않게 소상공인·자영업자 수가 많기 때문에 ‘임금 주도’라는 용어 대신 ‘소득 주도’라는 용어를 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국에 비해 수출경제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임금을 강제적으로 올려 내수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한계가 명확하다. 오히려 내수 활성화 보다 생산 과정에 있어서의 비용 구조 왜곡, 가격 경쟁력 하락에 의한 수출 경쟁력 상실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또한,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소상공인·자영업자 비율이 매우 높은 우리 현실을 고려하면(2018년 기준 한국 자영업자 비중 25.1%, 일본 10.3%, 미국 6.3%) 과격한 최저임금 상승 정책은 결국 우리 경제 주체의 25%를 차지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소득’이 아닌 ‘지출’ 하한선을 강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최저임금의 상승은 해고 가능성이 적은 대기업 근로자에게는 기본급 상승을 통한 실질 제고 효과를 줄 수 있지만, 코로나19의 창궐 전부터 한계기업의 경계선에서 허덕이던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는 실질적 소득 감소 효과를 주는 것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어려워지면 해당 기업에서 일하고 있거나 일자리를 구하려는 청년·노령층은 역설적으로 고용 절벽을 마주하게 된다. 
대한민국에서 최저임금은 더 이상 ‘최저’임금이 아니다. 7월 12일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으로 시간당 최저임금은 9,160원(전년대비 5.1% 상승)이 됐고, 주휴수당까지 고려하면 최저 월급이 191만원(월 209시간 근로 기준)이 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21년 기준 중위소득(1인가구 기준)이 182만7,831원인 것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이 1인 가구 중위 소득보다 높은 비정상적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1인 가구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 주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층이거나 일정한 소득이 없는 노령층인 것을 고려한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과격한 최저임금 상승, 다른 나라에 찾아보기 어려운 주휴수당 제도, 4대 보험, 퇴직금 등 5천만 인구에게 같은 기준의 최저 인건비를 국가가 법으로 강제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 연령별, 지역별,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제도의 도입과 주휴 수당의 최저임금 포함 등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최저임금을 사실상 정부측에서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는 결정 방식 자체도 바꿔야 한다.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전국민 현금 살포 계획도 재고돼야 한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니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를 엄습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부작용을 국민들이 공감하기 시작하니 ‘변종 소득주도성장’ 바이러스가 꿈틀대고 있다. ‘변종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경제에 퍼지지 않도록 철저한 예방과 주의가 필요하다. 

장능인 미담장학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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