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문화예술 최적의 장소 ‘장생포문화창고’
‘몰입형 미디어아트’ 도입해 관광명소 됐으면 
 남구, ‘삶의 질 제고’ 콘텐츠 만들기 앞장서길

 

변외식 울산 남구의회 의장

울산 남구에도 거장들의 작품을 몰입형 미디어아트로 담아보면 어떨까. 

장마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남구의회 행정자치위원들과 우리 일행은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함께 움직이는 연수나 벤치마킹을 갈 수 없었지만, 조심스럽게 의장으로서 고집을 피워 나서자고 했다. 연수 받기도 벤치마킹하기도 좋은 날씨였다. 연수 후 우리 일행은 남구에 매칭할 몇 곳을 찾았다. 

그 중 한 곳이 빛을 통한 입체 명화를 감상하는 ‘제주 빛의 벙커’였다. 빛의 벙커는 제주 성산에 숨겨진 옛 국가기간 통신시설 벙커를 재생해 모네, 르누아르, 샤갈 등 세계적 예술가들의 작품을 빛과 음악을 통해서 감상하는 빛의 벙커이다. 2018년 11월에 개관한 ‘빛의 벙커’는 개관 2년만에 100만 관광객을 돌파하며 제주의 대표 문화예술 랜드마크가 됐다. 

2020년 전 세계 4번째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이자 가장 큰 디지털 아트센터인 빛의 수조가 프랑스 보르도에 오픈했다. 옛 잠수함 기지에 위치한 빛의 수조는 빛의 채석장 3배, 빛의 아틀리에의 5배이며 주요 예술가들을 위한 기념비적인 전시회를 선보인다고 한다. 

우리 울산이 산업의 수도이자 생태도시로 거듭났지만 예술에는 너무 시민들이 무관심하다. 예술은 어릴 때부터 환경을 마련해줘 부모님과 함께 관람을 하고 청소년들은 친구들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가는 사회적 문화공감대가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술의 전당, 문화예술회관만 만들어 준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이번 지중해의 화가들의 명화를 시대적 감각으로 몰입형 미디어아트로 선보인 것은 자라나는 아동과 청소년, 성인들에게 또 다른 독특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했다. 

수십 대의 빔프로젝터와 스피커에 둘러싸여 거장의 작품과 음악에 심취되는 모습에 우리 아동들과 청소년들은 또 다른 예술적 창의성이 발달되리라 믿는다. 

우리 울산에도 동굴피아나 장생포문화창고에 이같은 시설이 도입되길 제안해 본다. 사실 장생포문화창고의 경우 창작의 공간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지만 문화예술 공간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콘텐츠 확보가 과제가 되고 있다. 남구가 장생포 폐 냉동창고를 리모델링 하기로 한 것은 산업수도 울산의 시작을 알린 공업센터 기공식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널리 알리고 산업과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관광 인프라로 조성할 목적 때문이다. 

냉동창고야 말로 이같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최적의 장소성을 가지고 있다. 이 곳을 공업센터 기공식과 연결한 기념관으로 조성하면서 예술창작의 작업공간 확보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작품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예술인들을 위한 공간을 함께 조성하려는데 있었다. 기념사업과 문화예술을 함께 아우르는 관광 인프라 확보는 융합적 차원에서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자칫하면 성격이 모호한 시설로 치부될 우려가 있다. 이를 극복하고 차별화된 시설을 만드는 것이 장생포문화창고의 과제다. 그런 점에서 제주의 미디어아트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울산은 하루가 멀다하고 울산을 떠나는 사람들로 고민하고 있다. 사람들을 울산으로 오게 하려는 정책이 쏟아지지만 핵심은 문화다. 울산에 사는 사람들의 정체성이나 자긍심이 높아지면 새로운 인재는 자연스럽게 모여들기 마련이고 사람이 모이면 역동성과 창조성은 ‘봄날의 죽순’처럼 올라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 울산은 사람이 모여들기 보다 떠나가기 바쁜 도시가 됐다. 일자리만 보고 울산을 찾은 이들은 일자리가 없어지면 자연스럽게 울산을 떠난다. 물질을 쫓는 사람의 이동은 불빛을 따라다니는 하루살이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삶의 질이다. 바로 그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팔을 걷어야 한다. 울산 남구가 먼저 앞장서 주기를 희망해본다. 

(변외식 울산 남구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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