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은 전쟁과 가난을 극복하고 선진국 문턱에 서게 된 문화민족으로서의 자신감을 만끽하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IOC 회원국 167개국 중 북한 등 일부 회원국을 제외한 160개국이 참가했다. 이는 당시 유엔회원국보다 1개국이 더 많은 숫자로 올림픽 역사상 최대 행사였다. 주최국 한국은 금12·은10·동11개 등 33개의 메달을 따내 소련, 동독, 미국에 이어 4위를 차지, 5공 정권의 군사작전식 스포츠 정책이 맺은 결실이었다. 
유래 없는 팬데믹 사태를 뚫고 23일 개막을 앞둔 도쿄 올림픽이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2021년에 강행하는 축복받지 못한 ‘2020 도쿄올림픽’이 이웃 나라 국민으로서 안쓰럽다. 일본 정부는 패전국 부흥을 세계에 자랑했던 1963년 도쿄올림픽 때처럼 또 한차례 도약한 일본을 세계에 자랑하려 했으나 뜻밖의 ‘코로나19’가 초라하게 만들고 말았다. 
대한체육회가 도쿄올림픽 한국선수촌 아파트에 걸었던 ‘신에게는 아직 5,000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있사옵니다’는 현수막이 사흘 만에 철거됐다. 그 자리엔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 ‘범 내려온다’는 글자 밑에 호랑이 형상의 한반도 지도가 그려진 현수막을 내걸었다. 
충무공이 명량해전(1597년)을 앞두고 선조에게 올린 장계의 ‘금신전선상유십이(今臣戰船尙有十二)’에는 일본의 침략으로 바람 앞의 등불 같았던 조국을 방어하려는 절박함이 담겨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전투에 참가하는 장군을 연상시킬 수 있다”며 철거를 요구했다. 일본의 욱일기 사용에 대해서도 같은 조항을 적용하기로 약속했다는 게 대한 체육회의 설명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424년 전 일본의 침략으로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존재’는 아니다. 굳이 일본을 자극할 필요도 없을 뿐 아니라 신경전에 휘말려서도 안된다. 한국 선수단을 겨냥해 매일같이 혐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일본의 극우단체 역시 올림픽을 개최하는 선진 국민으로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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