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름 피아니스트

관객들에게 클래식 알리고 싶어 ‘비주류 클래식’ 기획
클래식 음악, 몇백년전 그 모습 그대로 우리 곁에 있어
어려운 음악 아닌 다양한 선택 중 하나로 들어줬으면

악보가 물을 먹어 축 늘어지고 나도 축축 늘어지는 날이 며칠째 계속이다. 
긴 터널 끝의 빛이 보일 듯 보일 듯 결국 터널을 통과하지 못한 채 2021년의 반이 그렇게 지나버렸다. 강력한 바이러스와 함께 살게 된 요즘은 정말로 계획이란 게 무의미해진 것 같지만 또 사람들은 끊임없이 계획을 세운다. 1차, 2차 차선책까지 더욱 강력한 계획을 세워 대비하느라 진땀을 흘리며 지난해 미뤄온 것들까지 해내느라 더욱더 열심히 살아간다. 
번아웃 증후군을 한 번쯤은 경험해 봤으리라. 바쁠 땐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것만큼 어려운 게 또 없다. 그렇게 바쁜 일들을 끝내고 나면 휴식이라기보단 회복의 기간을 거쳐야 했던 것 같다. 가끔 무기력증에 너무 오랫동안 갇혀 버릴 때도 있고 말이다. 그 반복되는 사이클에서 허우적대면서 늘 생각한다. 내가 휴식을 게을리한 탓일까? 아니면 내가 달콤한 게으름을 휴식이란 이름으로 너무 오래 부린 탓일까? 하고 말이다. 그렇게 저렇게 올해의 상반기를 무사히 보내고 하반기를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여전히 모든 상황들이 어렵지만 작년보다는 나아졌다. 관객이 줄어든 무대에 서긴 서니깐 말이다.
내가 기획하는 연주회는 쉬운 클래식이 모토라 늘 정통 클래식 무대를 살짝 비튼 비주류의 클래식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여전히 보수적인 클래식 무대에서는 대중이 아닌 음악가들이 그것들을 받아들이는 게 가장 힘든 것 같다. 변화는 모든 시대를 거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니깐 말이다. 
그렇게 스스로 비주류의 클래식 무대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나의 관객들은 어쩌면 생애 처음 공연장에서 클래식을 듣는 아이들이고 또 어쩌면 호기심에서 우연히 한번 그렇게 클래식을 접하게 되는 누군가이다. 그래서 어려울 필요도 형식에 메일 필요도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렵다. 그리고 유쾌하다. 결국 내가 원하는 건 클래식을 그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니깐 말이다. 그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나의 관점에 대한 기준을 잡는 것이고 또한 보수적인 나의 틀을 깨는 것이다. 
아주아주 옛날 343년 전 이탈리아의 비발디가 살던 그때, 336년 전 독일의 바흐가 살던 그때, 265년 전 오스트리아의 모차르트가 살던 그 시절의 음악회란, 그 시절의 음악이란 어땠을까? 
‘타펠무지크(Tafelmusik)’ 식사때 그 옆에서 연주하는 테이블 음악, ‘수면 음악’ 불면증에 시달리는 누군가를 위해 잘 자라고 연주해 주는 음악, 현대의 배경음악의 시초인 ‘가구 음악’ 이렇게 말하면 용도가 그야말로 정확해 클래식도 전혀 어렵지 않은데 말이다. 
음악의 흐름을 보면 바로크–고전-낭만-현대 이렇게 그냥 큰 틀로 나눌 수 있는데 이것도 그냥 흘러갔던 문화의 흐름과 함께한다. 유행이 바뀌듯 음악도 바뀌고 악기가 발전돼 음악도 발전되고 사람들의 관점의 변화에 따라 음악도 변화했다. 새로운 것이 생겼다고 낡은 것이 다 지워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지금의 아날로그 감성이 들춰지듯 예전의 것이 그리워 들춰보고 또 유행을 다시 되돌리고 클래식 음악도 다를 것 없이 그렇게 흘러왔다. 
지금처럼 공연장에 무대란 것이 생기기 전엔 성당에서 신을 위한 미사를 위한 노래들을 만들었으니 다시 말해 공연장이 성당이었을 테고, 조금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만나 음악을 즐기려 하니 귀족의 응접실이나 연회장 같은 곳에서 둘러앉아 연주를 하니 그것이 살롱음악회였다. 조금 더 음악을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발전된 시대로 들어서자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는 공연장이 생기고 그곳에 온 사람들이 연주자를 잘 볼 수 있도록 무대가 만들어졌고 그런 형태가 지금까지 오게 됐다. 그렇게 클래식 음악은 아직도 우리 곁에 없어지지 않고 있다. 조금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지만 많은 연주가들이 그때의 음악과 비슷하게 연주하려 애쓰고 노력한다. 몇백 년 전 그때와 비교하면 상상도 못할 만큼 변한 미래시대 속에 사는 지금도 클래식 음악은 그 모습 그대로 곁에 남아있다. 이 얼마나 대단한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조금 더 쉽게 그 시대를 알고 조금 더 편안하게 그 사람을 알아가면 그 노래에 대한 진가는 더욱더 빛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으로 서아름의 어바웃 클래식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듯 그들도 살아냈던 그 시절의 음악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서양음악인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가 되기란 그 근본적인 접근부터가 틀렸을 수도 있지만, 사람의 취향이란 제각각이니 또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 더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도록 오늘은 멜로 영화 내일은 코미디 영화를 찾는 것처럼 그냥 어려운 음악이 아닌 다양한 선택 중에 하나로 더 많은 사람들이 내가 하고 있는 클래식 음악도 가끔 넣어준다면 좋겠다는 그냥 그런 작은 바램으로 오늘도 이 글을 적었다. 글을 시작할 땐 분명 물을 잔뜩 먹은 종이였는데 며칠째 그대로 놓여있는 그 종이는 어느새 바짝 말라 있다. 게으르디 게을렀던 며칠간의 글쓰기를 이보다 더 뜨거울 수 없을 만큼의 무더위 속에서 오늘 드디어 힘겹게 마친다. 매일매일 모두가 안녕하기를.. 

서아름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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