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미술관 부지가 서울 용산과 송현동으로 선정되면서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울산은 이건희 미술관을 영남권으로 유치하는 데 신중한 모습을 보여 다른 지자체와 확연히 다른 입장이다. 

울산이 전국 특·광역시 중 면적 100㎢당 국·공·사립 미술관·박물관 수가 꼴찌라고 한다. 울산이 문화의 불모지라는 사실을 새삼 인식시켜주는 것이어서 씁쓸하기 짝이 없다. 

박성민 의원(울산 중구·국민의힘)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울산을 비롯해 지방의 미술관·박물관 수가 한 자릿수에 그친데 반해 서울은 무려 23.6개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7개 시·도별 면적 100㎢당 국·시·사립 미술관·박물관 수는 서울에 이어 제주 4.6개, 광주 4개, 부산 3.4개, 인천 3개, 대전 2.4개, 대구·경기 1.7개, 세종 1.5개 등의 순이다. 울산은 0.8개로 경남과 똑같고 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 0.7개, 경북 0.4개보다 약간 많은 수준이다. 더욱이 울산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국립 문화인프라가 단 한곳도 없는 유일한 광역지자체란다. 

그런데  미술관과 박물관마저 서울로 몰리는 서울공화국이 되고 있다. 지역 균형 발전은 아랑곳 하지 않고 서울에만 집중되는 것이다. 

박성민 의원은 “서울과 수도권에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와 교육·문화·생활편의 등 각종 시설과 인프라가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현 정부는 이건희 기증관 등 문화시설을 서울에 집중시키고, 자사고 폐지 정책으로 서울·강남 쏠림을 심화하는 등 국가균형발전을 거꾸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루빨리 문화 인프라뿐만 아니라 정치·행정 등 다양한 인프라도 서울이 아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우선 공급해야 한다. 지역 균형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는 더욱 그렇게 해야 한다. 문화시설을 울산에 유치해야 하는 것은 지역 문화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문화시설을 통한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또 서울과 지방의 문화 격차를 줄이는 것이야 말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성과에 가장 근접하는 것이다. 울산도 광역시에 걸맞는 문화 수준을 갖춰야 한다. 특·광역시 중 미술관·박물관 수가 꼴찌라는 수모를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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