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현대자동차 노사의 올해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이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되며 3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뤄냈다. 사진은 투표 개표 현장.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제공)  
 

현대자동차 노사가 3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마무리했다.

급변하는 자동차산업 환경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반도체 수급 차질로 인한 휴업 등 위기에 공감하며 대외적으로는 ‘사회적 책임’을, 내부적으로는 ‘실리’를 챙겼다는 분석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연구·사무직과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에서 ‘부결’표가 많이 나오면서 노사 관계에 새로운 과제를 남겼다.



28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에 따르면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됐다. 이번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4만8,534명 중 4만2,745명(투표율 88.07%)이 참여해 56.36%인 2만4,091명이 찬성했다.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7만5,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200%+350만원 △품질향상·재해예방 격려금 230만원 △미래경쟁력 확보 특별합의 주식 5주 △주간연속2교대 포인트 20만원 상당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래시장 상품권 10만원 지급 등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 노사는 29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올해 임단협 타결 조인식을 열 예정이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5월 26일 상견례 이후 63일만에 파업 없이 교섭을 완전히 끝냈다. 2019년부터 3년 연속 무분규 타결로, 역대 2009~2011년에 이어 두번째다.

대립각을 세우던 노사 관계가 달라진 데는 급변하는 자동차산업 환경에 더해 대외적인 악재가 잇따르면서 고조된 위기감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2019년은 한일 무역분쟁,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벌어졌고, 올해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반도체 수급 문제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지난해 출범한 합리·실리 성향인 현 노조 집행부의 ‘대립적 노사 관계 청산’ 등 기조 영향도 있지만, 강성 성향 집행부였던 2019년에도 쟁의권만 확보했을 뿐 파업에 나서진 않았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교섭 과정에서 무의미하게 반복됐던 파업에 대한 피로감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개표는 여러 선거구를 묶어 3차에 걸쳐 이뤄졌는데, 이 가운데 울산 3·4공장과 아산·전주공장, 정비·판매 등에서의 찬성률이 72%로 전체(56.36%)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났다.

반면 친환경자동차 확대 등 산업 변화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변속기, 소재·생기, 연구·사무직 비중이 높은 남양 등에서는 부결표가 69.5%로 비교적 많이 나왔다.

올해 교섭에서 미래 산업에 대비해 국내 공장 일자리 유지를 약속하는 ‘산업전환 대응 관련 미래 특별협약’이 체결됐으나, 고용불안에 직면한 조합원들을 설득하지는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무·연구직 처우를 개선하고, 2015년 이후 최대 수준으로 기본급 인상에 힘을 주면서 MZ세대에 보냈던 ‘러브콜’에도 별다른 호응은 없었던 셈이다.



한 노조 활동가는 “이번 잠정합의안에 다양한 직군·세대별 요구를 담아냈다고 봤지만, 젊은층과 일부 직군의 조합원들이 체감하기에는 부족했던 것으로 보이다”며 “앞으로 노조 내부적으로는 물론 노사 관계에서도 사무·연구직과 MZ세대를 포용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송철호 울산시장은 담화문을 내고 “3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낸 노사에 울산 시민을 대표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송 시장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한 대격변의 시간을 마주하고 있고, 이 시기에 우리는 공존과 번영을 위한 협치, 연대와 협력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 새삼 확인하고 있다”면서 “현대차 노사는 대화와 타협으로 자동차시장 대변화에 공동 대응하는 노사 상생의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이어 “울산은 1997년 IMF 위기, 2008년 국제금융위기 때도 노사민정이 똘똘 뭉쳐 국가경제를 일으켜 세우며 산업수도로서의 자존감을 지켜냈다”며 “이 DNA를 원동력으로 삼고 있고, 부유식 해상풍력, 수소경제 등 울산형 뉴딜이 한국형 뉴딜을 선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 시장은 현대차 노사 상생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수주 릴레이, 석유화학사의 신규투자 등을 언급하며 “마침내 찾아온 울산 경제의 긍정적인 요소들이 더욱 확장되도록 노사 상생을 위해 그 어떤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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