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폭로 당사자인 전 브랜드뉴파티 조성은 대표가 지난해 미래통합당 합류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김진영 편집이사

어김없이 터진 고소고발전, 이전투구 구태 재연
홍준표-이재명의 욕설논란 부끄러운 정치 현실
고발사주 의혹 이후 수사 속도 국민이 지켜본다 

손흥민이 빠진 토트넘의 경기력은 한마디로 무기력했다. 수비진은 흥분만했고 공격 라인은 우왕좌왕이었다. 스스로 슈퍼스타라고 값을 매긴 케인은 공간활용 능력의 일인자인 손흥민의 빈자리가 뼈아팠다. 손이 빠지자 케인은 스스로 할 수 있는게 없어 보였다. 느닷없이 축구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핵심은 연결고리다.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많은 축구 전문가들은 토트넘이든 우리 국가대표든 손흥민의 역할에 주목한다. 손흥민 이야기로 서두를 꺼냈지만 최근의 대선판은 손흥민 같은 주인공이 없다. 그만큼 볼거리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그저 중상과 모략, 고소와 고발이 난무하는 시정잡배식 난장판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선거판이라는 게 표면적으로야 국민을 위하고 정의를 외치지만 이면은 늘상 시궁창이다. 혁명(4·19)부터 대국민항복선언(6·29)과 촛불사태(국정농단)를 지나오면서 국민들의 눈높이는 상향평준화되고 있지만 정치 수준은 여전히 바닥이다. 여의도 밖에서 정의를 외치던 정치는 여의도에 들어가면 시궁창이 되고 철문을 걸어 잠근다. 
불행한 일이지만 이번 대선에서도 음모와 술수가 초반부터 기승이다. 대부분의 마타도어는 팽팽한 판세에서 더 유력하다. 숨어 있던 음모의 곰팡이 숙주가 머리를 내민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불쑥 포자를 퍼뜨리는 곰팡이는 음지에서 또다른 음지를 찾아나선다. 때를 기다리며 포자를 압축한 곰팡이 숙주는 가장 많은 포자를 최대한 멀리 날릴 수 있을 때를 기다린다. 가장 멀리 자신의 분신이 날아갈 수 있는 타이밍을 기다리는 셈이다. 
최근 최순실이 민주당 안민석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승소했다. 그 뒷담화가 궁금해 살펴보니 안민석의 흥분지수가 꽤 올랐다는 속보가 이어졌다. 안 의원은 판결 직후 “최순실에게 벌금 1억 원을 물어주라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어이가 없다. 국정농단 주범에게 고발당한 것도 어이가 없는데, 법원마저도 최순실의 명예회복을 도우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라고 어이를 세번이나 반복했다. 말이 나온 김에 5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일반 국민들에게 최순실은 낯설었다. 물론 정치권에서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쯤으로 회자되는 사람이었지만 일반에 회자될 정도의 인물은 아니었다. 그런 최순실이 국정농단의 심장으로 부각된 것은 내연관계가 사단이 났다고 추문이 무성했던 고영태와 조카 장시호 등 주변인물들의 폭로와 고소고발이 핵심이었다. 고영태와 장시호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겠지만 이들이 국정농단의 어떤부분을 건드렸고, 박근혜 정부의 곰팡이를 어떤 식으로 퍼뜨렸는지는 가물가물 하다. 5년의 시간이 기억을 흐트렸다고 할지 모르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20년이 다 되어가는 이야기지만 이회창의 검버섯 같은 김대업 사건 역시 이름만 떠돌뿐, 사건의 실체는 관심이 없다. 프레임이다. 한번 씌운 부정의 프레임은 실체보다 껍데기로 남아 비루한 이미지를 재생산한다. 그래서 신동엽은 유신시절, 껍데기는 가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다. 
욕설후보라는 별칭을 얻은 홍준표와 이재명이 서로에게 삿대질을 했다. 꼴같지 않은 함량으로 국민 앞에 서는 모습이 볼썽 사납지만 대한민국 정치 수준의 현실이 그렇다. 홍준표는 최근 한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의 ‘형수 욕설’ 논란을 겨냥했다. 그는 “대통령이 성질나면 막말은 할 수 있지만 쌍욕하는 사람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며 “본선 들어가서 선거 시작 사흘 동안 이 지사가 한 쌍욕 틀면 그냥 선거 끝난다. 전 국민이 그걸 듣고 어떻게 이 지사를 뽑겠느냐”고 했다. 그러자 이재명 쪽이 발끈했다. 형수를 상대로 안하무인격의 욕지거리를 뱉은 이재명의 과거를 소환한 셈이다. 이재명측의 반격도 홍준표의 과거에 맞췄다. 바로 ‘돼지발정제’다. 이재명의 분신인 전용기 의원이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는 “성폭행 자백범이 할 말은 아니지 않나”며 대학 시절 여성을 만나러 가는 친구를 위해 하숙집 동료들과 ‘돼지 흥분제’를 구해줬다고 썼던 홍준표의 젊은날의 초상을 재출력 했다. 욕지거리와 발정제가 난무하는 선거판이 될 걱정이 앞서지만 어차피 대한민국 선거판에 정책대결이나 논리싸움은 공허한 말장난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고발사주 공방전도 딱 그 수준이다. 이제 고발사주는 공수처의 특별 아이템으로 부상했고 온나라 사법기관이 윤석열 낙마작전에 팔을 걷은 모양새다. 하는 말마다 논란이 됐던 윤석열은 이제 조국 복수전의 중심에서 매일같이 새로운 압수수색의 대상이 되는 상황이다. 이번에는 구체적이다. 듣도보도 못한 조성은이라는 인물이 고발사주라는 특별한 비단주머니를 들고 툭 튀어 나왔다. 여론이 부풀어 오르자 그녀는 공중파에 말간 얼굴로 나타났다. 그리곤 “(고발건이) 우리 원장님이나 저가 원했던 날짜나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다”고 발언했다. 우리 원장님은 그를 수양딸로 여긴다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칭한다는 해석이 분분하다. 고발사주 폭로에 앞서 전망좋은 호텔에서 식사를 했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그가 우리 원장님과 모종의 거래를 했든 안했든 중요하지 않다. 당시 검찰총장이 추미애로 대표되는 여권 정치인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하수인을 시켜 고발을 기도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 주장을 보증하기 위해 증거자료를 캡쳐하고 서류와 SNS를 무수히 담보로 잡아뒀다는 것이 팩트다. 문제는 진실이 아니다. 곰팡이 숙주를 누가 터뜨렸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터져나온 곰팡이가 가장 많이 달라붙은 이의 일그러진 표정과 얼룩진 모습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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