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대학교 신학생회관 1층 종합매장 앞 유리문에 폐점 준비를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주체가 종합매장으로 돼 있으나 실제 폐점을 준비 중인 매장은 '구암문구'로 확인됐다.  
 
   
 
  ▲ 울산대학교 신학생회관 1층 종합매장 내 '구암문구'가 폐점을 준비하면서 진열대 곳곳이 비어 있는 상태다.  
 
   
 
  ▲ 울산대학교 신학생회관 1층 종합매장 내 컴퓨터점 가구가 방치돼 있다. 이곳에서 매장을 운영하던 '아남전산'은 경영악화로 지난 7월에 퇴거했다.  
 

 

  코로나에 손님 급감-소모성 자재 판로 막히자 경영악화 직면
“학생·지역사회 위한다는 보람으로 버텼지만 그만하고 싶어”
  울산대 “문구점 필요성 공감…임대료 인하 등 여러 조건 협의중” 

 

울산대학교와 25년간 함께한 ‘터줏대감’ 구암문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이어 소모성 자재(MRO) 구매대행 여파로 경영악화에 직면하자 폐점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 16일 오후 1시께 울산대 신학생회관(22호관) 1층 종합매장. 구암문구 울산대점에는 ‘폐점 준비 중’이라는 안내 문구가 내걸려 있었다. 진열대 곳곳이 비어 허전한 상태였고, 일부에는 새 상품이 들어오지 않아 먼지가 쌓인 곳도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학교 안을 돌아다니는 학생 수가 눈에 띄게 늘었지만, 문구점 매장 안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30분 동안 종합매장을 방문한 인원은 10명가량이었는데, 이마저도 유학원 문의나 건물을 통과하는 지름길로 이용한 것에 불과했다.

2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구암문구 울산대점은 지난달 중순부터 폐점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폐점 시점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암문구 울산대점은 1996년 7월 신학생회관이 준공되자 건물 1층 종합매장에 들어섰다. 이후 안경점, 사진관, 스포츠 용품점 등 여러 매장이 입·퇴점을 반복했지만, 구암문구는 올해로 25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최근 2년간 대학강의가 비대면 수업으로 이뤄지면서 문구점을 이용하는 학생 수가 급감했다. 울산대와 협의해 여러 차례 임대료 인하를 받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대면 수업이 이어지면서 경영악화를 막을 수는 없었다.
구암문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 우리만 남았다”며 “학생과 지역사회를 위한다는 보람으로 버텼지만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특히, 울산대가 지난해 9월 1일 ㈜서브온과 MRO 구매대행 협약을 체결하면서 학내기관에 쓰이는 여러 소모품 공급도 차단됐다. MRO는 기업 활동에 필요한 모든 소모성 자재를 유지·보수·운영하는 사업으로 복사용지, 문구류, 청소용품 등이 그 대상이다.
울산대 관계자는 “MRO 구매대행 협약은 코로나19 사태와 13년째 등록금 동결로 재정 압박 극심해지자 학내 경비를 절감하기 위한 대학의 방책”이라며 “안타깝지만 구암문구를 비롯해 대학에 소모품을 납품하던 학내 업체에 부정적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협약 이후 울산대가 모든 소모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도록 전산 시스템을 새로 개설하면서 학내 업소를 더는 이용하지 않게 됐다. 구암문구 매장 옆에서 전자제품을 취급하던 아남전산의 경우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지난 7월 퇴거하기도 했다.

지역 학생들은 아쉬운 반응을 내놓고 있다. 대학 커뮤니티에는 ‘가까운 거리라 애용했는데 폐점이라니 안타깝다’, ‘소소하게 구매할 때 좋았는데, 이제 학교 밖으로 나가서 사야겠네’ 등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가운데 울산대는 교내 문구점 필요성에 공감하며 구암문구와 협의 중이다.
울산대 관계자는 “학생복지와 편의생활에 있어 학내 문구점이 여전히 필요하다”며 “임대료 인하 등 여러 조건을 두고 구암문구와 협의 중이며 추석 연휴가 끝나는 대로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구암문구는 1980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현재 △삼산본점 △신정점 △범서점 △농소점 △울산대점 등 울산에 매장 6곳을 두고 있다. 문구업계로서는 전국 10대 업체에 드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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