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울산 울주군에 문을 연 식물공장 ‘아워즈팜’ 내부.  
 

농업에 ICT(정보통신기술)를 더한 ‘스마트팜’. 농업분야에 거대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스마트팜’이 인구유출 문제에 직면한 울산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이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은 생산과 유통을 아우르는 스마트팜 생태계를 얼마나 잘 구축하느냐에 달려있다. 울산 스마트팜의 현주소와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은퇴 후 제2의 인생 ‘베이비부머’, 탈울산의 기로에 서다
인근 경주, 양산, 청도, 밀양 등 귀농·귀촌… 지자체 마케팅도 활발
높은 땅값 등 투자비용 부담에 ‘노지’ 울산 경쟁력 부족
“소비자 인접한 생산지”… 도심 ‘식물공장’ 접근 필요

최근 울산의 가장 큰 문제는 단연 ‘인구유출’이다. 대학, 일자리 부족으로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울산을 떠나고 있는데다 이제는 ‘은퇴’하는 베이비부머들마저 본격적으로 탈(脫) 울산 행렬에 뛰어들고 있다. 인근 소도시에서 주말농장을 가꾸는 잠정적인 귀농·귀촌 인구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다시 울산에 살아갈 이유가 필요한 이들에게 ‘스마트팜’은 매력적인 해답이 될 수 있을까.

# “OO으로 오세요” 경남·경북 소도시 귀농·귀촌 인구 유입 마케팅
“밀양으로 오세요.” 울산 시내버스에 이같은 광고문이 나붙었다. 귀농·귀촌을 고민 중인 울산 시민들에게 보내는 러브콜이었다.
밀양뿐만 아니라 경주, 김해, 양산, 청도, 군위 등 경남·경북의 소도시마다 인근 대도시 인구를 끌어들이기 위해 저마다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 소도시는 울산과 가까운 ‘근교’인 점, 울산보다 비교적 저렴한 부동산값 등을 내세우며 인구 유입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민간 차원의 농촌 복합 타운하우스 형태 개발 사업까지 가세하고 있다.
이같은 소도시 마케팅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 중에서도 울산에 비해 1/10 수준인 부동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고향집’이나 ‘시골 빈집’ 등 여러 이유로 주말에는 근교에서, 주중에는 도심에서 생활하는 ‘5도2촌’은 이미 익숙한 모습이다. 울산 도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은 언제든 울산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 울산테크노파크 지역산업육성본부 이상윤 지역산업혁신실장.  
 

# ‘비싼 땅값’ 울산, 오히려 ‘스마트팜’ 경쟁력은 뛰어나다?
귀농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스마트팜’은 눈이 번쩍 뜨이는 아이템인 것은 분명하다. 농업의 획기적인 ‘변화’로 노동에서 자유로우면서도 상당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다.
형태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스마트팜’, 그 중에서도 ‘식물공장’은 오히려 도심에 있어야만 경쟁력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거대한 시장에서 유통단계를 줄이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울산테크노파크 지역산업육성본부 이상윤 지역산업혁신실장은 울산을 스마트팜 발전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보고 있다. 이 실장은 “앞으로 소비는 지역 안에서 이뤄지는 ‘로컬화’가 점차 더 심화될 것”이라며 “대도시인 울산은 소비력이 충분한 시장이고, ‘식물공장’ 형태는 상당한 경쟁력이 있다”고 밝혔다.
일반 ‘노지’의 경우 면적에 따라 생산량이 정해지는 만큼 땅값은 중요한 요인이지만, ‘스마트팜’에서의 그 비중은 줄어든다. 특히 하우스·온실형태의 스마트팜보다 컨테이너나 건물 안에 들어서는 ‘식물공장’은 더욱 그렇다. 작은 규모라도 기존 노지보다 높은 생산량과 안정적인 상품 출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식물공장에서 재배되는 작물이 노지에서의 작물보다 결코 저렴한 것은 아니다. 같은 작물을 재배했을 때 가격경쟁은 어렵다. 그러나 식물공장은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좋은 먹거리를 요구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 기존 노지 시장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장’이라는 게 이상윤 실장의 설명이다.

# IT·기계의 영역, 스마트팜… 조선업 등 숙련 기술자 ‘적합’
울산이 스마트팜 산업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또다른 이유는 기존 주력산업들에 있다. 실상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스마트팜은 농업보다는 IT나 기계적인 영역에 가깝다. 최근 울산에서 스마트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들은 손재주가 남다른 이른바 ‘금손’들이다.
이상윤 TP 지역산업혁신실장은 “스마트팜에서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기계를 잘 아는 사람이냐다”라며 “울산의 경우 조선업 등에서 숙련된 기술자들이 많은데, 이들은 스마트팜 산업의 큰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실장은 “주력산업에 종사하고 있던 베이비부머들을 은퇴 후 스마트팜 산업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산업의 성장과 함께 울산의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있다”면서 “스마트팜에서 재배되는 작물의 유통 소비 시장은 물론, 스마트팜 산업 자체도 점차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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