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민 LS니꼬동제련 온산제련소장

‘남보다 더’란 수식어 붙어야 ‘일등·처음’ 자격 얻어
1%의 차이로 0이 되거나 200이 되는 엄청난 결과
기업도 미래 준비에 남보다 ‘더’ 몰입하는 전략 필요

 

수년 전 어느 코미디 프로에서 ‘1등만 기억하는 무슨 무슨 세상’이란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승자독식 현상을 비판하면서 경쟁을 부추기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단면을 재미있게 풍자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떤 것에 대한 첫 번째는 잘 알거나 기억하고 있지만 두 번째는 상대적으로 그러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워낙 처음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상징성이 크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처음’이 가져다 주는 임팩트가 매우 강렬해서 두 번째, 세 번째는 관심도 덜 할 뿐 더러 기억에서 쉽게 잊혀지는 이유도 작용할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일등을 하고 싶어하고, 무엇인가의 처음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일등은 오직 한 명이고 바람과 달리 아무나 일등이 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마찬가지이다. 일등의 비결은 무엇인가? 노력, 재능, 혁신, 몰입, 예측력 등등 다양하다. 하지만 비결을 안다고 모두 일등을 하는 것은 아니다. 요컨대 같은 노력을 하더라도 일등을 하는 사람은 ‘남보다 더’ 노력을 했을 것이다. 재능도, 혁신도 예측력도 마찬가지로 ‘남보다 더’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일등이나 처음이란 자격을 얻게 해준다. 그래서 일등이나 처음은 사전적으로는 ‘시간이나 순서상으로 제일 앞선’이란 뜻을 가지지만 현실에서나 역사적으로는 ‘시간이나 순서가 제일 앞서지 않았음에도 우리 기억에 일등이나 처음으로 각인돼 있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 
일례로 ‘진화론’하면 누구나 제일 먼저 찰스 다윈을 떠올릴 것이다. 그래서 다원이 진화론의 창시자라고 흔히들 알고 있지만 다원이 처음 진화론을 주창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진화론과 관련된 주장은 훨씬 이전부터 있어 와서 다윈의 할아버지도 진화론을 연구했는데 심지어 그도 처음이 아니라고 전해진다. 그럼에도 진화론 하면 찰스 다윈을 떠오르는 이유는 그 유명한 ‘종의 기원’이란 책을 발간해 선풍적인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종의 기원’을 발간하기 전에도 다윈은 ‘갈라파고스 제도에서의 탐험 경험과 맬더스의 ‘인구론’에서 깊은 영감을 받아 진화론을 주장하는 논문을 발표했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학자들도 진화론을 주제로 유사한 내용의 논문들을 발표했으나 다윈을 비롯해 모두 세상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이에 멈추지 않고 다윈은 진화론이 학문적으로 일리가 있다는 확신은 있지만 논문 발표만으로는 학계에 인정받기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더 깊은 연구를 통해 학문적 이론을 정립한 후 ‘종의 기원’이라는 책을 발표하면서 비로소 인류의 역사와 세계관을 뒤바꾼 위대한 업적을 인정받게 된다. 많은 학자들도 다윈과 마찬가지로 진화론을 주장했지만 ‘다윈만 기억하는 세상’이 된 이유는 ‘남보다 더’의 차이였다. 100-1 = 0 이 되고 100+1 = 200이 될 수 있는 이유이다. 1%를 더하거나 덜한 조그만 차이라도 일등만 기억하는 현실에서는 1%의 차이로 0이 되거나 200이 되는 엄청난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남보다 ‘먼저’가 아니라 남보다 ‘더’가 더욱 현실성 있는 성공의 비결이라 말할 수 있다. 
기업의 성공 방정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세상의 많은 것이 급격히 변화하는 초 불확실성 시대에서 미래의 변화 모습을 미리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설령 운 좋게 적중했다 하더라도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또 바뀔 것이니까.) 기업이 지속 성장 가능한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예측에 시간을 투입하기 보다는 이미 변화하고 있는 경영 환경을 유연하게 수용하고 미래 준비에 남보다 ‘더’ 몰입하는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 눈은 미래를 바라보되 발은 현실을 디디고 서서 세상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현재는 미래의 거울이다’는 말처럼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기업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경민 LS니꼬동제련 온산제련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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