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서읍 욱곡마을, 입구부터 감나무 가지만 앙상…구영·척과리도 피해
울주군 생산량 2019년 4,008t·작년 3,738t…올해 최대 80% 감소 예상
태풍 등 재해와 달리 보험 적용 안돼 한해 결실 절반 이상 날린 농가 허탈감
이선호 군수 “원인 면밀히 파악해 대책 수립…피해 농가 지원 다각도 모색”

 

   
 
  ▲ 울산 울주군 범서읍 망성리 욱곡마을의 한 단감 농가에서 탄저병이 발생한 단감. 열매 표면에 검은 점이 작게 생기는데 이 점은 점차 커지고 익기도 전에 물러진다.  
 

   
 
  ▲ 이선호 울산 울주군수가 탄저병이 창궐한 울주군 범서읍 망성리 욱곡마을의 단감 농가를 방문했다.  
 
   
 
  ▲ 탄저병이 발생한 울산 울주군 범서읍 망성리 욱곡마을의 단감 나무가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  
 

“이제 막 퍼렇게 가지에 달려가지고 알이 차야하는데…. 전시에(전부다) 이래(이렇게) 물라가지고(물러서) 다 떨어지?는데(떨어져버렸는데) 올해 단감은 다 글렀지.”

울산 울주군의 대표적인 단감 생산지인 범서읍 망성리 욱곡마을 입구 감나무 밭에서 이순자(84) 할머니는 혀를 끌끌 찼다. 50그루의 감나무를 키우는 할머니는 앙상한 가지만 남은 감나무 여기저기를 손끝으로 가리켰다. “죄다 병 걸렸지. 여기만 그런가. 저기도 그렇지.”
마을 길 옆에도, 담벼락 너머 마당에도 감나무에 맺혀있어야 할 감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나무에는 열매가 맺혔을 꼭지만 남고, 바닥 곳곳에는 시뻘건 덩어리들이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뭉개져 있었다.
단단한 과육이 특징인 ‘단감’.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수확철이지만, 농부의 손이 닿기도 전에 우수수 추락한 것이다.
1,400여그루의 감나무를 키우고 있다는 울산농장. 불과 수개월 전만 해도 250알씩 달려 있었다는 감나무에 남은 단감은 이제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단 하나도 남지 않은 나무도 있었다. 가지에 겨우 매달린 주먹보다도 작은 단감은 맛이 들기도 전에 벌써 뻘겋게 무른 ‘홍시’가 돼 있었다.

이곳 단감 농가들을 덮친 것은 탄저병이다. 울주군지역에 탄저병이 창궐한 것은 10여년만이다. 빗물 등을 따라 전파되는 탄저병은 열매의 표면에 검은 점이 생기는 게 특징이다. 처음엔 작은 점이 점점 커져 열매의 절반까지 번지기도 한다. 탄저병에 걸리면 단감은 익기도 전에 물러버리고 꼭지가 약해지면서 땅에 떨어져버린다.
탄저병은 평소 약제를 뿌려 예방하는데, 지난 여름 계속된 강우 탓에 약제가 별 소용이 없었다. 특히 8월에는 25일 동안 비가 내리면서 약제가 금세 빗물에 씻겨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울산농장 안영진(46) 대표는 “지난달 초 열매 표면에서 처음 까만 점을 발견하고 ‘아 큰일 났다’ 싶더라”며 “그 뒤로는 어떻게 손 쓸 겨를도 없이 급속도로 퍼져버렸다”고 말했다.
울산농장은 평소 8,000상자(10㎏)를 생산하는데, 올해 생산량은 3,000상자(10㎏)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울산단감영농조합 측은 욱곡마을뿐만 아니라 구영리 일부와 척과리 등에서도 탄저병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 농가의 피해 규모는 아직 구체적으로 추산되지 않고 있으나,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확해 상품을 선별하는 과정에서도 아직은 무르지 않지만 검은 점이 있는 피해 감을 골라내야 하는데, 이는 오로지 사람의 눈과 손으로만 가능한 작업이다. 쉽게 물러버리는 피해 단감을 상품으로 판매할 수는 없다.

지난해 태풍으로 적잖은 낙과 피해를 입었던 농가들은 올해 역병 앞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해 동안 땀 흘려 맺은 결실의 절반 이상을 날려버린 탄저병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태풍 등 재해와 달리 보험으로 보장되는 사유가 아니다.
안영진 대표는 “작년에는 태풍에 난리를 겪고, 올해는 탄저병이 들이닥쳤다”며 “태풍 때는 80% 보상이라도 받았지, 올해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울주군에 따르면 울주군지역 단감 재배 면적은 264ha이며, 총 1,989농가가 단감을 재배하고 있다. 이 중 일정 규모 이상으로 상품을 생산하는 농가는 380곳이다. 이중 80%가량이 욱곡마을을 비롯한 범서읍에 위치해 있다.
2019년 4,008t이던 단감 생산량은 지난해 3,738t으로 줄었으며, 올해는 그보다 절반 이상, 최대 80%까지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울주 단감은 매년 베트남과 대만 등으로도 67t가량 수출하고 있는데, 올해는 이 물량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울산단감영농조합 측의 설명이다.

이날 탄저병 피해 농장을 둘러본 이선호 울주군수는 “이미 피해가 발생한 농가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찾아보겠다”면서 “탄저병 확산을 막기 위해 약제를 지원하고, 발생 원인을 면밀하게 파악해 방제대책 수립, 신품종 교체 검토하는 등 해결책도 적극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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