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제사가 있는데 상에 올리게 수박 좀 사다줘요.”
“동네에 가로등 불이 안 들어오는데 고쳐주세요.”

일부 코로나19 자가격리자들의 ‘선 넘는 요구’에 전담 공무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격리자들을 담당하면서 불가피하게 개인정보가 노출되기 때문인데, 울주군이 울산지역 최초로 공무원들의 개인정보 보호에 나섰다.

울주군은 코로나19 대응 자가격리자 전담 공무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휴대전화번호 노출 방지 앱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방역당국에서 자가격리자를 분류하면, 구·군마다 전담 공무원이 정해지게 된다. 해당 공무원에게 자가격리자에 대한 정보가 전달되는데, 공무원들은 자가격리자들에게 격리 기간 지침과 매일 체온·이상증상 유무 등을 기재하는 앱 설치를 재차 안내하게 된다.
평일 자가격리자를 맡게 되면, 청사 유선전화를 이용할 수 있지만,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사정이 다르다. 불가피하게 전담 공무원이 개인 휴대전화로 자가격리자에게 연락을 취할 수밖에 없다.
격리자는 앱을 통해 전담 공무원에게 전화연락을 취할 수 있는데, 이때는 공무원의 전화번호가 노출되진 않는다. 하지만 해당 공무원이 이 전화를 받지 못하고, 부재중 기록을 보고 회신할 경우는 휴대전화번호가 노출된다.
‘원칙’적으로는 자가격리자에게 전담 공무원의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제 관리·대응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노출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격리자는 전담 공무원의 개인휴대전화로 격리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부탁을 넘어선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벌어졌다. 이를 거절할 때 국민신문고 등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고, 격리자들끼리 전담 공무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유하는 사례도 있었다.
심지어 격리 기간이 종료됐는데도, 해당 공무원에게 연락해 각종 개인 민원을 제기하거나 행정업무를 문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울주군은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노출되면서 불필요한 업무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했다. KT 측이 휴대전화 번호를 보호할 수 있는 앱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도입하도록 했다. 관련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시범운영 등을 거쳐 이르면 다음주 중 현장에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울산에서는 울주군이 처음인데, 울산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담 공무원이 이 앱을 개인 휴대전화에 설치한 뒤 이를 통해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면, 행정 전화번호가 뜨도록 하는 방식이다. 울주군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서 한달에 지불하는 비용은 매달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울주군 관계자는 “이번 개인정보 노출 방지 앱을 통해 자가격리자에 대한 업무뿐 아니라 각종 현장 업무 지원에도 활용된다면 안전한 업무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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