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청년들이 말한다] (상) ‘취업도 안 되는데 뭐하러 남나?’
주력 산업 불황·대학 부족·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탈울산’ 가속화
기존 산업 첨단산업 전환  콘텐츠가 성패 좌우…지속적 지원 필요
경력 쌓고 자기계발 가능한 청년들에게 도움되는 일자리 고민해야

 

   
 
  ▲ 김태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학부 총학생회장  
 

   
 
  ▲ 신수진 울산대학교 총학생회장  
 
   
 
  ▲ 이승우 더불어민주당 울산광역시당 청년위원장  
 
   
 
  ▲ 이도희 국민의힘 울산광역시당 청년위원장  
 

20~30대로 구성된 청년층은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선도할 핵심 연령층이다. 이들은 적극적인 정치 참여로 내년 3월과 6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의 결정적인 ‘보터(Voter)’로 급부상했다.

이는 울산 청년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명제이다. 특히 울산은 주력 산업 쇠퇴와 그로 인한 급격한 인구 유출로 장기간 경기 침체를 겪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책 사업에 여러 차례 선정된 바 있다. 따라서 내년 대선과 지선의 결과에 따라 울산은 다시 한번 정치적 격변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학부 총학생회장, 신수진 울산대학교 총학생회장, 이승우 더불어민주당 울산광역시당 청년위원장, 이도희 국민의힘 울산광역시당 청년위원장 등 울산 청년 대표들과 서면질의와 인터뷰를 통해 내년 선거를 앞두고 울산의 핵심 쟁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어봤다.

▶청년 ‘탈울산’이 극심하다. 청년 인구는 최근 10년새 약 7만명이 빠져나갔다. 원인이 무엇이라 보나.

#이승우= 조선·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불황이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한다. 산업체에서 일하던 부모가 실직하면 자녀들까지 단체로 이주해버리는 거다.

대학이 부족한 것도 큰 원인이다. 저도 고향이 울산이지만 대학 때문에 외부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타지역 나가서 졸업하면 그대로 눌러앉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도희= 과거에는 울산대학교 기계자동차학과, 조선공학과 졸업하면 100% 취직이 됐다. 지금은 졸업해도 취업이 불확실하니 굳이 울산대학교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김태윤= 그렇다고 ‘울산에 좋은 일자리가 많은가?’ 고찰해보면 또 그런 것도 아니다. 가뜩이나 장기간 침체로 안정성이 보장 안 되는 곳이 대다수인 데다, 중소기업 같은 경우 하청 담당이 많아서 업계관행상 적정한 보상이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신수진=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을 위한 지원 부족도 청년 유출에 큰 원인이다. 특히 국비 지원 혜택이 너무 부족하다. 바로 옆 부산만 해도 지원 혜택이 적용되는 학원수가 울산의 10배가 넘는다.

▶경제자유구역, 테크노산업단지 등을 통해 기존 중심 산업을 첨단산업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청년 취·창업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김태윤= 세부 콘텐츠가 산업 전환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산업에 있어 ‘첨단’이라는 용어만큼 혹하는 단어가 없다 보니 실속 없이 남용하는 경우가 꽤 있다. 공공행정 의존도를 줄이고 각계 전문가와 민관협력 체제 아래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이도희= 산업단지에 신산업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해줄 하청업체도 대규모 입주한다면 산업 발전을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추가로 시는 유망한 신생 기업을 선정해 단발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실적에 따른 지속적인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도 첨단산업 전환에 맞춰 학과 개편을 통해 신산업에 맞는 인재를 계속 발굴해 산학협력을 통한 지역-기업-대학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울산의 청년 유출에 대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고민해야 할 정책이나 방향이 있다면?

#김태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임시직 공공일자리 창출만 해도 수십조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진행했지만, 그것이 과연 청년들이 원하던 일자리였는가?

청년들은 급여가 낮고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더라도 경력을 쌓고 자기계발이 가능한 일자리를 원한다. 임시직 채용으로 실업률이 낮아졌다고 홍보할 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청년들이 사회에서 빛을 볼 수 있는 일자리 창출에 고민했으면 한다.

#이도희= 지자체부터 청년과의 소통 창구를 열어야 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시에 쌓이는 게 청년 정책이지만 홍보가 되질 않으니 무용지물이다. 정책 홍보용 애플리케이션 제작하거나 유튜브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청년들이 유용한 정책과 사업을 이용할 수 있고,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다양한 피드백을 통해 더 좋은 정책을 입안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정책 조율을 거치다 보면 울산에 특화된 청년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정책 혜택을 받기 위해 오히려 타지 인구가 유입될지 모를 일이다.

#이승우=: 민주당 청년위원회는 대통령 소속 청년위원회 설치를 건의하고 있다. 현재 국무조정실 산하에 청년정책조정위원회가 있으나 의견 수렴을 통한 안건 제출이 주 역할이기 때문에 정책이 표류하거나 반려되는 경우가 많다. 대통령 소속으로 청년위원회가 설치되면 민관 전문가가 행정부에 직접 청년 정책을 심의·조정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기존에 수도권 중심으로 입안되던 청년 정책에 지방의 상황을 적극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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