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금융거래도 비대면 확산…점포 구조조정 가속
"금융소외계층 접근성 악화…공동 점포·디지털금융 교육 필요"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금융 거래도 확산하면서 은행 점포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스마트 뱅킹이 은행 거래의 핵심 수단이 됐지만 디지털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나 안 그래도 점포가 적은 비수도권 거주자의 불편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갈수록 줄어드는 은행 점포·ATM

국회입법조사처가 22일 내놓은 '은행권의 점포 축소와 금융소외계층 보호를 위한 과제' 보고서를 보면 국내 은행들의 점포 수가 2015년 말 7천281개에서 올해 말 6천183개로 15.1%(1천98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금융감독원 자료를 인용한 것으로, 연간 점포 감소 폭이 2017년 312개에서 2018년 23개, 2019년 57개로 작아진 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 304개로 커졌다. 올해는 222개로 예상되는데 상반기에만 79개가 줄었다.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없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은행 ATM은 3만2천498대로 2019년 말보다 10.7%(3천883대)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금융거래가 증가하고 핀테크 등 혁신 금융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은행 점포와 ATM의 설 자리가 줄어든 영향이다.

◇ 인터넷 뱅킹 어떻게?…고령자에 아직 문턱 높아

문제는 고령층의 금융 접근 문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5월 이와 관련한 보고서에서 "금융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디지털 소외는 금융 소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은행 지점의 감소는 인터넷·모바일 거래보다는 대면 거래를 주로 하는 고령 소비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 앱의 고령자 특화 서비스는 아직 큰 글씨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자동응답서비스(ARS) 안내 내용을 화면에 표시하는 기능을 추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의 2019년 조사 결과를 보면 70대 이상의 지급 수단 가운데 현금 이용 비중은 68.8%로 전 연령대 평균의 2.6배에 달했다. 현금 인출을 위한 금융기관 창구 이용률도 70대 이상이 53.8%로 전체 평균의 약 2배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 결과 60대의 인터넷뱅킹 이용률은 50.5%로 전년보다 23.6%포인트 높아졌지만 아직 절반은 인터넷뱅킹과 거리를 두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 토스뱅크 앱[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디지털 금융 소외 심화 막아야"

지난해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점포 축소의 대안으로 여러 은행이 한 공간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동 지점 운영 방안을 논의했지만 점포 관리 책임 소재 문제, 영업전략 유출 우려 등으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편의점에서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있는데 아직 초기 단계다.

하나은행과 편의점 CU는 지난달 서울 송파구에 'CU마천파크X하나은행' 점포를 개장했다. 같은 달 신한은행과 GS리테일은 강원도 정선군에 '편의점 은행'을 열었다.

이구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금융당국이 발표한 정책들은 명확한 대안과 구체적 추진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고 공동 지점제나 공동 ATM의 추진도 부진하다"며 "공동 점포 운영, 고령자·장애인 친화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구축, 금융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금융교육 강화는 진화하는 금융사기에 취약한 고령층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은행 창구에 가서 금융거래를 하면 사기 피해는 보지 않는다"며 "은행 지점별로 신청을 받아 고령층에 온라인 금융거래 교육을 하고, 두려움 없이 비대면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문제가 생기면 은행이 일단 책임지고 이후 책임 소재를 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 국장은 "은행 점포 축소로 금융소외계층의 접근성이 악화하고 있다"며 "이런 계층에는 송금 수수료 면제와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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