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를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일명 ‘양산 동거녀 살인사건’으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6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 35년으로 감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남성이 ‘살해 범행’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데도, 가중 처벌 요소인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고, 다른 중대 살인범죄와 비교해 무기징역형은 무겁다고 판결했다.

부산고법 울산재판부 형사1부(부장판사 박해빈)는 24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61)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23~25일 경남 양산 자신의 집에서 말다툼을 하다 동거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후 사체를 절단하는 방법으로 손괴하고, 같은달 26일과 27일 수차례에 걸쳐 집 근처 공터와 배수로에 사체를 유기하고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주먹으로 세차례 머리를 때렸을 뿐이라며 살인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고, 검찰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범죄”라며 범행의 잔혹성과 재범의 우려를 고려해 사형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안방 등에 발견된 피해자의 혈흔 등을 근거로 A씨의 살인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고, 피고인의 태도나 심리평가 결과 등을 볼 때 재범의 위험성도 크다고 보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15년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온 피해자가 단지 듣기 싫은 소리를 해 화가 난다는 이유만으로 살해했고,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피해자의 사체를 짐승의 그것을 다루듯 훼손해 쓰레기 더미에 유기하고 불 질렀다”며 “피고인은 납득하기 힘든 변병을 하고 있어 진지한 참회의 빛은 한줄도 찾아볼 수 없고, 수차례 반성문을 써내고는 있지만 죄를 모면하려는 것일 뿐 자신의 행위와 결과가 얼마나 중대한지조차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021년 5월 31일자 7면 보도)

A씨는 1심 형이 너무 무겁다고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A씨의 살인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양형 조건들에 대해서는 다르게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분노 폭발 등 충동 조절에 어려움이 있으며 알코올 남용·의존 등 정서적·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평소 갈등이 있던 피해자와 다투다 충동적·우발적으로 살해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여 범행 동기 및 경위에 다소 참작할 요소가 있다”며 “피고인이 비록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설득력 없는 주장과 진술을 하면서 살인 범행의 성립을 다투고 있기는 하나, 양형기준상 특별양형인자 중 가중요소인 ‘반성없음’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되지는 않고 자신의 잘못을 일부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살인 범행으로 사형 또는 무기징역형이 선고돼 확정된 사건들과 비교해 피해자의 수나 중대범죄 결합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보다 죄질이 더 무거워 보이고, 이 사건은 유기징역형 범주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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