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 전 울산대교수

인재 식별 ‘지인지감’·능력 활용 ‘지인선임’
차기 대통령, 국민이 편안한 삶 영위하도록
인사와 용인술이 자신의 도리임을 알아야

 

중국 춘추시대의 제나라 환공을 춘추오패(春秋五霸) 중 첫 패자(霸者)로 만든 관중은 국가의 힘인 경제력과 군사력을 중시한 부국강병책으로 제나라를 중원 패권국으로 도약하게 만들었다. 환공은 외교, 내정, 국방 등 국사(國事)에 대한 모든 결정을 관중에게 일임해 처리하게 했다. 궁중의 광대 하나가 환공에게 관원들이 국가의 범사(凡事)를 관중에게 물어 해결한다면, 군주인 환공은 너무 편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을 정도였다. 환공 자신도 제나라의 모든 국사 처리를 관중에게 맡기니 힘든 일이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환공은 군주가 편하려면 훌륭한 인재를 찾아내고, 능력을 최대로 발휘해 일할 수 있도록 활용하는 지인선임(知人善任)의 용인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공자는 군주가 참된 인재와 사이비 인재를 구별해 알아보는 지혜(智慧)를 지인(知人)이라고  말했다. “말을 교묘히 하고 얼굴빛을 거짓으로 꾸미는 사람 중에는 어진 사람이 드물다”라고 춘추시대 노(魯)나라 대부인 소정묘와 같은 사람을 경계했다.
중국 역사에서 이름을 남긴 군주들은 참된 인재를 등용해 천하의 주인이 됐다, 상나라 탕왕은 이윤을 등용했고, 주의 문왕은 강태공을 등용해 왕조를 세웠다. 한고조 유방은 소하, 장량, 한신을 중용해 초패왕(楚覇王) 항우를 제압했고, 당 태종 이세민은 방현령, 두여회, 위징 등 명신을 등용해 정관치세(貞觀治世)를 이루었다.
 환공의 관중, 한고조 유방의 한신 및 당태종 이세민의 위징 모두가 정적(政敵)편에 있던 사람이었지만, 인재를 알아본 군주들은 이들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 천하를 도모했다.  
관포지교(管鮑之交) 고사(故事)의 주인공인 포숙과 관중은 절근한 친구 사이였지만 제나라 양공이 죽은 뒤 양공의 두 아들 소백과 규의 왕위 쟁탈전에 관중은 규를, 포숙은 소백을 보필했다. 관중이 소백을 활로 쏘아 죽이려 했지만 실패했다. 소백이 환공으로 즉위하자 공이 큰 포숙을 재상으로 삼으려 했다. 포숙은 환공이 패업(霸業)을 이루려는 야망과 비전이 있다면, 자신보다 뛰어난 관중을 중용하기를 청했다. 환공은 과거의 원한을 뒤로하고 관중을 등용해 춘추시대 5인의 패자(霸者)인 오패(五霸)의 으뜸이 됐다. 포숙의 사람 볼 줄 아는 눈과 정적의 부하를 과감히 받아들인 환공의 인재를 식별하는 지인지감(知人之鑑)은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됐다.
 서애 류성룡은 닥쳐올 국난(임진왜란)을 극복할 수군 장군감으로 이순신이 재목임을 알아본  지인지감과 앞날을 내다볼 줄 아는 혜안(慧眼)으로 조선을 구했다. 류성룡은 눈여겨 본 이순신을 종6품 정읍 현감에서 7단계나 뛰어넘어 곡창(穀倉)의 대들보, 호남방어의 수장(首長)인 정삼품 전라좌도수군절도사로 발탁한 지인선임으로 조선을 보전했다. 
 미국의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또한 지인선임(知人善任)으로 자신의 목표인 제2차 세계 대전을 미국의 주도로 승리했다. 루스벨트는 야전 지휘관 경험이 전혀 없었고 참모 업무만을 수행한 버지니아 군사학교 출신인, 조지 C. 마셜을 33명의 고참 장성들을 제치고 육군 참모총장으로 발탁해 루스벨트의 꿈을 이루었다. 영국 수상 처칠은 마셜을 제2차 세계 대전의 ‘진정한 승리의 조직자’ 라고 극찬했다.
 국가를 이끌 통수권을 가진 차기 대통령은 국민의 봉사자란 철학으로, 국민을 섬기고 충성한다는 신념이 변하지 않도록 정직함을 항상 살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세대인 MZ세대와 선진화에 앞장섰던 고령 은퇴자 등 국민 생활의 안정을 지향하는 국가 정책과, 한국의 미래상에 걸맞은 인재의 전문 지식을 활용하는 용인술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국가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자신의 기호나 코드에 연연해하지 말고, 국민과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참신(斬新)한 인물을 발탁하는 지인선임의 지혜가 필요하다.  
 국민이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인사와 용인술이 대통령 자신의 도리(道理)임을 알아야 한다.  

김대식 전 울산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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