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대학교 테니스부 선수들이 훈련하는 테니스장 전경.  
 

 

현대해상, 男 테니스단 해체 결정…지역 학생 선수 ‘꿈의 무대’ 사라져
시체육회, 전국체전 출전종목 줄어 ‘비상’…“재창단 등 대책 마련 필요” 
시테니스협회, 테니스단 유지 호소 기자회견·서명운동 전개키로

 

현대해상화재보험 남자 테니스단이 올 연말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울산지역 테니스 명맥이 끊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역 테니스 동호인들은 실업팀 유지를 위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28일 울산테니스협회 등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최근 남자 테니스단을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선수 3명과 감독 등 6명으로 구성된 테니스단에 주어진 시간은 올 연말까지 한달여 남짓이다. 현대해상은 이미 이들에 대한 계약 해지 동의 절차를 마무리한 상태로 전해지고 있다. 선수 3명 중 다른 프로팀으로의 이적이 결정된 1명을 제외한 2명은 선수 생활을 마무리해야 할 처지다. 이 중 1명은 ‘울산’ 출신이다.

현대해상 테니스단은 울산에 연고를 두고 있는 유일한 테니스 실업팀으로 알려져 있다. 1982년 현대중공업 테니스단으로 출범한 뒤 1989년 지금의 현대해상으로 옮겼다. 실제 훈련은 서울에서 하고 있지만, 울산시체육회 소속으로 전국체전에 출전해오고 있다.
울산에는 초등학교 4곳, 중학교와 고등학교 2곳(남·여)에 테니스부가 운영 중이고 울산대 남자테니스부에 현재 9명의 선수가 뛰고 있는데, 현대해상은 울산대 등 울산 출신의 선수들을 꾸준히 영입해왔다. 프로 선수를 꿈꾸는 울산지역 테니스 학생 선수들에게 대표적인 ‘꿈의 무대’였던 셈이다.

현대해상의 테니스단 해체 소식에 가장 먼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울산시체육회다. 당장 내년 울산에서 열리는 제103회 전국체전에 울산이 출전할 종목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테니스는 남녀별 고등·대학·일반부로 크게 6개로 나눠 진행되는데, 현대해상의 해체로 울산은 남녀 고등부와 남자 대학부 등 3개밖에 출전하지 못한다.

최근 울산지역에서도 테니스 동호인들이 크게 늘면서, 학생 선수들의 기량도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는 격이란 분위기도 있다. 지역에 연고를 둔 실업팀 하나 없이 실업팀이 줄어들면서 지역의 테니스 명맥 자체가 끊길 수 있단 우려도 크다. 이 때문에 현대해상의 실업팀 유지를 호소하는 목소리와 함께, 울산시를 비롯한 지역사회에서 실업팀을 재창단·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울산대 테니스부를 이끌고 있는 김재식 감독은 울산대를 졸업하고 현대해상에 입단한 뒤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김 감독은 “지금은 서울·경기 쪽으로 집중돼 있지만, 과거 테니스 명문은 울산이었다”며 “1980~1990년대만 해도 울산은 전국체전 우승도 몇년씩 할 정도로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최근 지역에서 다시 테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등 학생 선수들 중 눈에 띄는 아이들이 늘고 있고 얼마든지 다시 영광을 찾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이런 상황에서 울산에 연고를 둔 실업팀이 사라지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울산시테니스협회도 동분서주한 모습이다. 협회 측은 울산시의회를 찾아 현대해상 테니스단 해체 상황을 전달하고, 함께 대책 마련을 고심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들은 현대해상 테니스단 유지를 호소하는 기자회견과 서명운동도 계획하고 있다.
울주군 테니스협회 이규명 회장은 “울산지역에 테니스 동호인이 1만2,000여명에 이르고 있고, 내년 전국체전을 앞둔 상황에서 현대해상의 테니스단 해체 소식이 답답하기만 하다”며 “울산의 테니스 명맥을 이어갈 수 있는 대책을 다각도로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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