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처벌대상 기준 명확하지 못해
가혹한 처벌만으로 산재를 막는 건 ‘한계’ 있어
과학적 안전시스템 지원·보급 확대해 나가야

윤혜진유예지 대표·본지 독자위원

글로벌공급망 충격과 원자재 가격급등, 물류난 등이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갈등에 더해지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겨우 3.1%다. 거기다 최저임금제 상승(5.1% : 8,720원▶9,160원)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그저 막막하다.
지금까지 일자리 창출에 투입한 정부예산만 120조원. 그렇게 해서 만든 일자리 대부분은, 모두가 인정하듯 정부 돈줄 끊기면 바로 사라질 안개 같은 일자리들 뿐이다. 그리고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27일 시행)이 등장한다.
지금까지 정부가 발의한 기업규제 입법안만 2,500개 이상. 국회발의 규제법안만 4,100개 이상으로, 하루에 4개꼴로 쏟아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이번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로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 등 경영책임자에게 징역 1년 이상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게 한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진작 사고가 났을 때, 그 처벌대상 기준이 명확하지 못해 전문가들조차도 그 해석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자는 것에 그 누가 반대하겠는가. 개인의 도덕성과는 별개로, 산업현장을 방치한 재해발생은 영리추구라는 기업경영 목적달성에 장애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산재발생을 원하는 사업주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재해를 줄이겠다는 명목하에 시행될 ‘기준애매한 중대재해법’은 선량한 기업인까지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게 될 것이다.
설득과 합의의 ‘사전예방’은 온데간데없고, ‘중대재해 발생 시, 곧 폐업’이라는 공포분위기 조성으로, 그저 기업만 몰아붙이는 현실에 숨이 막힌다. ‘산업재해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던 정부의 초기공약이 무상할 정도로, 대한민국 자살률과 함께 산재사고 수준은 OECD국가 중 여전히 1위다. 작년 한해 코로나19로 인해 죽은 사람보다, 3배 가까운 사람들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대부분 사망자는 예방이 가장 쉽다는 ‘재래형 재해’였다.
지금까지 법이 없어서 산재사고가 발생한 것은 아니였다.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자는 법 취지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 하지만 기업인의 가혹한 처벌만으로 산재를 막는 건 분명 한계가 있다. 벌써 눈치빠른 일부 기업들은 사업장을 쪼개거나, 바지사장 고용이라는 편법과 꼼수로, 이 법을 피해갈 상상도 못할 궁리를 모색 중이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그 순간 잠깐, 산업재해가 조금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엄벌’에만 치중한 법이 지금 이 상황 그대로 도입될 경우, 여유가 없는 중소기업에게는 설상가상(雪上加霜)을 더하고 더하는 아주 큰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다.
안전을 중시하는 거국적 분위기 조성은, 분명 정치권에서 할 일이다. 하지만 대표의 리더십은 ‘회사경영의 결과, 그 생존활동의 존폐’로 귀결된다. 분명 중대재해법 제정 목표는 ‘처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안전’일 것이다. 기업들이 기존의 불필요한 로비에 들이던 노력을, 안전에 대한 의무적 점검과 인프라 구축에 쏟게 하기 위해 정부는 정말 고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고심을 기업들이 공감하게 하려면, ‘처벌이 아닌 격려’가 더욱 필요하다.
언제나 우리 삶에서 직면하는 새로운 책임들에는, 그에 못지않은 용기가 필요했다. 지금 우리의 책임은 ‘시민의 안전 확보’다. 혹여 그 책임의 시작이, 두려움과 무게감으로 우리를 주춤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안전하고 안락한 가정 속에서 받는 기쁨과 행복은, 새로운 책임의 무게를 압도할 힘과 용기를 가져다줄 것이다.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안전’이야 말로, 사회의 건전함과 함께 행복한 긍정감을 지켜주는 원천이기에.
현재 한국산업경제 기술역사 속에, 수많은 산재를 막을 수 있는 좋은 기술들이 이미 많이 보급되고 있다. 정부는 이 법의 제정과 더불어, 안전시스템의 과학적 장비지원 보급과 확대 또한 적극적으로 제고할 것을 요청한다. 사전 산재예방에 대한 실질적 현장데이터 분석과 철저한 점검이야말로, 과학적이며 신속한 수평적 안전대책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대한민국 산업재해 방지기술력이야말로 지금의 K-POP 문화에 버금가는, 글로벌 안전산업 시장경쟁력으로, 오히려 더욱더 그 빛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윤혜진 유예지 대표·본지 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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