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과 구청장·군수, 시·구·군의원 등을 새로 뽑게될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13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깜깜이 선거’가 우려되고 있다.

오는 1일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앞두고 출마 예정자들이 바삐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박빙의 대선 정국에 묻혀 존재감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여야가 대선에 사활을 걸고 ‘올인’ 태세를 취하고 있는데다, 공천 기준으로 대선 기여도 반영 등을 내놓은데 이어 지방선거 일정도 뒷전으로 밀려났다. 후보 개인의 선거운동보다 대선 승리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오미크론 여파로 인한 코로나 확산세도 심상치 않아 대면 홍보도 더 힘들어지면서 후보 개인의 이름을 알리기는 녹록지 않다.

현역의 경우 이미 인지도가 있는데다 의정활동 등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 접촉면을 넓혀갈 수 있는 반면, 특히 정치 신인들의 활동의 폭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출마 예정자들이 중앙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상황은 대선이 끝날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중앙당 차원에서 선제적인 조치를 취했다.

민주당은 최근 당 혁신 방안을 발표하며 지방선거 공천심사에서 ‘대선 기여도’를 반영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지선 공천위원회 설치 △후보자 등록일 △공천룰 및 세부사항 확정 등 지선 일정을 3월 9일 대선 이후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예비후보 등록 대신 출마선언격인 출판기념회를 준비해온 주자들은 엎친데 덮친격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아졌다.

송철호 울산시장의 경우도 본격적인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15일 전에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오미크론 지역 확산세로 인해 고민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역이나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전직의 경우 상황이 좀 낫지만 정치 신인의 경우 더욱 암담하다. 바닥을 누비며 얼굴을 알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선거운동 금지령’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언급했다가 당에 찍힐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민주당 후보자는 “대선 승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코로나19로 대면도 없고 지역주민도 못 만나고 있는 상황인데, 명함을 돌리며 입으로 하는 선거는 소용이 없다. 인지도가 낮은 사람들에겐 출마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는 것 아닌가”라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경우 중앙당 차원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진 않았지만 후보자들이 눈칫밥 먹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이미 일부 시·도당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지선 출마예정자들의 대선 홍보 활동을 공천에 반영하겠다고 공식화하거나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에서도 일부 지역구의 선대위 출범식에서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개인 선거운동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역시 모든 정치일정이 대선에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만큼 지방선거 공천을 대선 이후로 미룰 가능성이 높아 예비 후보 등록 시기도 고민이다.

국민의힘 소속 출마 예정자측 관계자는 “민주당처럼 예비후보등록 시기를 일괄적으로 미룬 것은 아니지만 대선 이후에 하는 것이 좋을지 미리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중에 있다”며 “대선 승리가 최우선이라는데는 동의한다. 다만 출마 선언 시기도 눈치가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렇다보니 이번 지방선거는 역대급 ‘깜깜이 선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선 직전까지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면 공천 등 준비작업을 하는 데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진다. 후보군의 면면을 살피기보다는 집권당을 보고 투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이를 두고 지역을 이끌어갈 능력과 자질이 되는 인물이 아닌 대선 후보를 홍보하고 지지율을 높일 인물 위주로 후보가 선택되는 등 공천 기준이 “지방분권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대선을 눈앞에 두다 보니 공천 기준이 대선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지역 입장에서는 중앙에서 하라면 하는 수 밖에 없지만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고 함몰되고 있다는 것으로 보여 씁쓸하다”며 “중앙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지방정치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지방분권 개헌 등을 통한 지방자치 강화와 지방정치가 예속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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