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  
 
   
 
 

울주의 반구대 암각화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잡이의 기록을 담고 있다. 포경업의 기지였던 장생포에 <고래사냥2>의 촬영지 물색 차 오래 전에 간 적이 있는데 고래잡이가 금지되어 조용하고 한산한 포구였던 것만 기억에 남아있다. <고래사냥>이라는 영화의 제목은 실제 고래잡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의 추구하는 꿈을 상징하고 있지만 영화가 개봉될 당시에는 작살잡이가 나오는 포경에 관한 영화가 아닌가 문의한 관객이 간혹 있었다.

소설가 최인호 씨가 쓴 <고래사냥> 노래 가사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자 떠나자 고래 잡으러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이 표현처럼 고래는 왠지 우리에게 자연의 경외감을 일으키는 동물이다. 고래 중에서도 엄청나게 큰 흰 고래를 잡으러 다니는 영화가 있는데 바로 존 휴스턴 감독의 1956년 작 <백경>이다. 영화의 원작 소설인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을 지금 다시 읽고 있는데 정말 명작 중의 명작이다. 스토리는 19 세기 중반 고래 기름이 유용한 에너지원이었던 시절, 자신의 다리 한쪽을 흰 고래(모비 딕)에게 먹힌 포경선 선장 에이하브가 복수심에 불타 그 고래를 쫓다가 결국 파멸하는 모습을 젊은 선원 이스마엘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이 소설을 통해 허먼 멜빌은 거대한 자연에 대한 외경심을 무시하고 자연을 함부로 소유하거나 파괴하는 행위에 대한 준엄한 경고를 던지고, 인간 심리에 대한 넓은 통찰력을 느끼게 할 뿐더러, 인간의 실체 없는 두려움의 본질을 밝히려고 한다. 커다란 청새치를 사투 끝에 잡아 올렸지만 상어 떼에게 모두 뜯어 먹히는 헤밍웨이의 대표작 ‘노인과 바다’와 해수욕장에 출몰해 사람을 공격하는 상어를 추적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출세작 ‘죠스’도 <모비 딕>에 그 원형을 두고 있다. 이 작품의 무대인 포경선의 일등 항해사 스터벅 (스타벅스라는 커피 점의 이름은 이 인물에서 따왔음)은 이런 말을 한다. “고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놈은 내 배에 태우지 않는다. 용기는 남용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장비임으로.” 거대한 흰 고래에 무모하게 도전하다가 결국 멸망하고 마는 에이하브 선장의 최후는 자연을 더욱 두려워하지 않게 된 21세기 지금에도 유효한 경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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