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급식소 주변마다 배설물 악취
주민, 울음소리 등 수년째 고통 호소
중성화수술 방해 개체 증식 성토도
동물단체, 보호 차원 지원 확대 주장

   
 
  ▲ 울산 중구 교동의 한 골목 모퉁이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  
 
   
 
  ▲ 길고양이 급식소 위에 사료를 폐기할 시 신고하겠다는 경고문과 중구에서 내걸은 동물보호 현수막 사진이 붙어 있다.  
 
   
 
  ▲ 길고양이 급식소 인근에는 고양이의 것으로 보이는 배설물이 굳은 채 악취를 풍기고 있었고, 수십마리의 날파리 떼가 붙어 있었다.  
 
   
 
  ▲ 한 급식소는 주차장 안쪽에 설치돼 있었는데, 밥그릇이 차량 고인목 옆에 위치해 사고 위험이 커보였다.  
 

울산 중구 교동에서 길고양이 처우를 두고 주민과 캣맘 사이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주민 측은 길고양이가 수년째 새끼를 치며 늘어나니 기존 개체는 모두 중성화하고 먹이를 줘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캣맘 측은 동물보호를 이유로 중단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어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23일 오전 찾은 울산 중구 교동의 한 골목길. 1.5~2m 폭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내려가 보니 고약한 악취와 함께 동물의 배설물이 바닥에 흩뿌려져 있었다. 오랜 시간 방치됐는지 어느 정도 굳은 상태였는데, 다가가니 날파리 수십마리가 일제히 날아올랐다. 근처 모퉁이를 도니 작은 길고양이 급식소가 있어 앞의 배설물이 길고양이 배설물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날 취재진이 중구 교동에는 찾은 길고양이 급식소는 총 4개였는데, 근처에 고양이 배설물로 인한 악취와 날파리 떼 때문에 미관 상 좋지 않은 곳이 2곳이었다. 눈에 띄지 않도록 외부주차장 안쪽에 설치된 급식소도 있었는데, 주차칸과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 오히려 길고양이 사고 위험이 커보였다.

인근 주민 A(62)씨는 “근처에 폐가가 많아 밤만 되면 을씨년스러운데 고양이 울음소리까지 들려 소름 끼친 적이 수차례”라며 “가뜩이나 촉법소년들이 재개발 구역에 서슴없이 들어와 치안도 안 좋은데, 고양이 때문에 놀란 적도 많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주민 B(34)씨는 “급식소 설치 이후 길고양이가 몰려들어 새끼를 치더니 꾸준히 증식했다. 덕분에 수년간 고양이 울음소리와 악취 등으로 고통 받아왔다”며 “캣맘 단체는 주민 고통에도 아랑곳없이 계속 먹이를 주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구청에서 진행하는 TNR(길고양이 중성화수술 과정)도 방해하는 등 이기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주민 불만에 대해 캣맘 측은 주기적인 환경정화 활동과 급식소 이전, 중성화 사업 등을 통해 주민들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고 있으며, 오히려 구청에서 동물보호단체와 연계해 길고양이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수연(60) 동물보호단체 ‘별이 되어’ 대표는 “동물보호 관련 중구 담당 공무원이 1명밖에 없어 주민 민원 파악에 한 박자 늦을 수밖에 없다”며 “남구, 북구 등은 지역은 기간제를 포함해 2명 정도를 쓰는 걸로 아는데, 민원뿐만 아니라 각종 동물보호지원 사업을 위해서라도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구청 TNR 사업을 방해했다는 주장이 있는데 오해다. 길고양이를 혐오하는 일부가 포획틀로 고양이를 잡아다 학대하는 경우가 많아 경계했던 부분”이라며 “다만 이후에도 구청 TNR 사업 지원을 받지 않고, 따로 중성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구 관계자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법적으로 제제할 부분이 없는 데다, 주민과 캣맘 측 입장이 워낙 팽팽히 맞서고 있어 중재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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