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형 간염 예방접종 갔다 날벼락
병원 “낳아봐야 안다” 무성의 답변
아기 잘못될까 불안감 정신과 치료

울산지역의 한 산부인과에서 난임환자에게 투여하는 약물을 12주 산모에게 투약하는 ‘투약 오류’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현재 해당 산모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추후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병원 측은 100% 의료 과실을 인정하면서 아기에게 문제가 생길 시 인과관계가 입증되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25일 임신 22주차인 산모 A(33)씨에 따르면 지난 3월 1차 기형아 검사를 하기 위해 방문한 울산의 산부인과에서 오접종 사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임신 12주차였던 A씨는 “A형?B형 감염 항체가 없으니 예방접종을 맞자”는 병원의 권유를 받고 주사실에 갔는데 간호사가 ‘팔’이 아닌 ‘배’에 주사를 투여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팔을 올리자 간호사가 배에 주사를 놓을 거라며 침대에 누우라고 하더라”며 “임신이 처음이다 보니 임산부는 접종 방법이 다른가 보다 하고 배에 주사를 맞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래도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 담당 의사에게 ‘배에 주사를 맞았는데 괜찮은 거냐’고 물었는데 표정이 이상했다”며 “이후 간호사가 다른 환자랑 착각해 주사를 잘못 놨다고 사과하더라”고 말했다.

A씨에게 투여된 약물은 여성의 불임증 치료에 사용되는 IVFMHP 75. 이 약물 주의사항에는 ‘임산부 또는 임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부인 및 수유부에는 투여하지 말 것“이라고 적혀 있다.
인터넷에 해당 약물을 검색하면 시험관 시술을 준비 중인 난임 환자들이 사용하는 약물인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A씨를 더욱 황당하게 했던 것은 병원 측의 무책임한 태도였다.
A씨는 “병원에 아기 건강 여부에 대해 물으니 ‘배 속에 있을 때는 아기 피를 뽑을 수 있는 게 아니니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낳아봐야 안다. 초음파로 아기가 잘 노는 지 확인할 수 있는 게 전부다’고 했다”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에 문의해도 이런 사례가 없어서 추후를 대비해 확인서를 써 달라고 병원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A씨가 받은 확인서에는 △투약 오류에 대한 원인이 의학적으로 판단 될 시 책임진다 △언론사나 지역 맘 카페에 올릴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것 등의 항목이 명시돼 있었다.
A씨는 “일반인이 투약 오류에 대해 의학적 판단을 받기가 쉽지 않을텐데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며 “현재는 아기가 건강해서 다행이지만 출산 후 어떻게 될지 몰라 확인서를 받고 싶었던 건데 병원은 최대한 피해를 입지 않으려고 한다”고 따졌다.

특히 사고 이후 병원 측에서 약물 오류 투약한 간호사에 대해 거짓말을 하면서 더욱 큰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호소했다.
A씨는 “병원에서 간호사를 마주치고 싶지 않다고 전달하니 다른 층으로 보직 이동을 시켰다고 했다”며 “하지만 기형아 2차 검사를 받으러 갔더니 여전히 사고가 난 주사실에 있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다른 층이 아니라 주사실에서 벽 하나 둔 태동실로 옮긴 거였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렇지 않아도 사고 이후 아기 건강에 대한 우려와 죄책감 등으로 불면증과 우울증이 생겼는데 그 간호사를 본 이후로 증상이 더 심해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직원의 과실에 대해서는 인정하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
병원 관계자는 “직원의 잘못에 대해서 사과드린다. 출산 후 아기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시에는 제3의 의료기관을 통한 인과관계 여부를 확인한 후 입증이 되면 100% 책임을 질 생각이다”며 “사고 이후 피해자가 원하는 보상에 대해서도 최대한 수용하기 위해 노력했고 앞으로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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