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후보들 잇따라 유치 공약…실현 가능성은 '글쎄'

6.1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엿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후보들의 기업 유치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최근 480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계획을 밝혔지만, 이와 무관하게 쏟아지는 후보들의 '조율되지 않은' 공약에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해당 기업들은 공약 실현 가능성에 의문 부호를 달면서도 혹여 선거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며 입장 표명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26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 나선 주요 광역단체·기초단체 후보 등이 삼성전자와 SK, 현대차 등의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는 "도지사에 당선되면 경기 북부에 400만∼500만㎡ 규모의 첨단 산업단지를 조성해 굴지의 반도체 대기업을 유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는 인천에 조성될 계양테크노밸리에 삼성전자와 SK 등 대기업을 유치하겠다며 구체적 기업명을 거론했다.

국민의힘 김동근 의정부시장 후보도 반환될 예정인 미군기지 캠프 스탠리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유치를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노영민 충북지사 후보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4대 기업 국내 투자액 480조원 중 100조원 이상을 유치하겠다"면서 특히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증설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에서도 대기업 유치 공약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김진태 강원지사 후보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원주 부론국가산업단지에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민주당 이광재 강원지사 후보는 "원주와 횡성 일대에 현대자동차의 전기차·자율주행 부서, 로봇 부서, 도심 항공교통(UAM) 부서 등 3대 미래사업부서를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해당 기업들은 각 후보가 지역 발전 차원에서 이 같은 공약을 내세우는 점을 이해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이미 자체 투자계획이 있기 때문에 최근 나온 후보들의 공약을 검토할 만한 여유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단지인 평택캠퍼스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올 하반기에 평택캠퍼스 내 세 번째 반도체 생산라인(P3)을 완공하고, 네 번째 라인(P4) 공사에도 착수한다.

SK하이닉스는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지방선거 공약과는 별개로 충북 청주에 반도체 신규 공장을 짓는 방안을 기존부터 검토해왔다.

청주에는 SK하이닉스가 분양받은 43만3천여㎡ 부지가 이미 확보돼있어 연내라도 착공이 가능한데다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생산공장도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의 경우 어떤 품목으로 어떤 식의 팹(생산공장)을 만들지, 순수한 민간형으로 만들지 아니면 공공주도형으로 할지 등 세부 사항을 모두 따져 계획단계부터 섬세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반도체 공장은 입지 선정이 중요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우수 인력을 유치하려면 서울과 접근성이 좋아야 하고, 부품업계 클러스터도 형성돼야 한다"면서 "용수와 물류, 부품 수급 등이 원활해야 하는데 이런 조건에 맞는 새 부지를 찾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공약을 내세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겠지만, 지자체장 당선 이후 공약을 제대로 실천하려면 사전에 상당히 심도 있는 계획이 필요하다"면서 "그런 계획 없이 추진하게 되면 자칫 정부의 예산이 잘못 투입돼 낭비될 수 있다. 기업과의 소통도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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