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기탈리스



박산하



애인이 떠난 며칠 후

꺄르르 소리 내어 웃었다.

옆구리가 가려워서 긁었다

생각에 생각을 졸이면 마른 웃음이 날 때

꽃을 심었다

연둣빛 소리가 났다

푸른 종이 되었다

바람 불 때마다

속주름이 펴진다

간지럼을 탄다

옆구리가 가려워진다는 것

단순한 뇌를 가졌다는 거

훅 들어오는 웃음

초롱초롱한

극약도 약인지라

멈춘 심장이 뛰는

칠월엔 웃기로 했다



2014년 '서정과 현실' 등단. 시집 『고니의 물갈퀴를 빌려 쓰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등. 천강문학상, 함월문학상 수상

박산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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