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적정임금 보장 등 요구
내달 2일 전국노동자대회 ‘예고’
한국노총, 정부청사서 천막 농성
경제정책방향 영향에 투쟁 선회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는 28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울산시민·노동자 최저임금 요구액 조사결과 발표 및 인상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저임금 보장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우성만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첫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노동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대규모 투쟁움직임이 감지되는가 하면, 통상적으로 중앙의 방침을 따르는 지역본부에서도 기존 제시한 최저임금보다 높은 금액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온건적 성향을 보였던 한국노총도 최저임금 투쟁에 강하게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민주노총울산지역본부는 28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적정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3일부터 21일까지 '최저임금 인상 조합원 서명 엽서 쓰기 운동'을 전개했으며, 울산시민 1만6,000명이 참여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35.8%의 시민들이 '헌법이 명시한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적정 최저임금'으로 1만3,000원이라고 응답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저임금 협상을 앞두고 노동계가 제시한 1만890원보다 2,110원이나 차이가 난다.

이어 "전국 최저임금 설문조사에 의하면 2명 중 1명이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생계비를 뽑았다"며 "2순위 결정 기준은 물가상승률로 나타났다. 이는 최저임금이 가구 생계비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정부가 발표한 물가상승률 예측치는 4.7%인데, 노동자·서민의 실생활에 미치는 생활물가 상승률은 6.7%에 이른다"며 "최근 수십 년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물가 폭등의 현실에서 최저임금을 동결하자는 것은 실질임금을 하락시키겠다는 것이며, 오랜 시간 동안 코로나19의 고통스러운 시기를 살아온 노동자들에게 또다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자위원이 제시한 물가 폭등 시기에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과 함께 양극화, 재벌 독식 구조를 바꾸기 위한 경제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면서 "노동자의 생활 조건을 개선하고, 사회적 불평등 해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최저임금 인상 투쟁을 시작한다. 울산지역 45만명 미조직·영세사업장 노동자와 함께하는 연대사업을 강화하겠다"고 결의했다.

이런 분위기가 반영됐는지, 민주노총은 내달 2일 오후 3시 서울 도심에서 7·2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 전국노동자대회는 노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민주노총의 연례 행사 중 하나지만, 올해는 6만명의 조합원들이 결집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해 8,000명이 참여한 것과는 크게 다른 양상이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이미 대정부 투쟁을 예고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등 친기업, 반노동 정책을 시사하면서다.

특히 최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부가 이러한 내용의 노동시장 개혁을 공식화하면서 여느 때보다 강도 높은 대규모 투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 한국노총의 투쟁 움직임도 눈에 띈다.

그간 정부와 노정 파트너로서 주요 노동정책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왔다. 그러나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의 영향으로 최근 내부 논의를 통해 올해 운동 방향을 협상보다 투쟁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것으로 전면 수정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이날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이 같은 기류는 지난 2016년 이후 6년 만의 공동 결의대회로 이어졌으며, 양대노총을 뭉치게 했다.

한편 최저임금 심의·의결기구인 최임위는 이날 제7차 전원회의를 열고 노사 요구안 격차 좁히기에 들어갔다. 노동계는 올해보다 18.9% 오른 1만890원을, 경영계는 동결(9,16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최저임금 심의 법정 시한은 29일까지다.

김상아 기자 secrets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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