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는 전날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 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일 때를 말한다. 기상청은 열대야가 올 들어 유달리 빨리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올여름엔 7월도 안 됐는데 ‘철없는 열대야’가 시작됐다. 정체전선으로 인한 장맛비가 오르락내리락 계속된다. 하지만 밤낮으로 무더운 날씨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폭염과 열대야 평균 일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2011~2020년 연평균 열대야 일수는 9일이다. 1973~1990년엔 연 4.2일, 1991~2000년엔 5.8일, 2001~2010년엔 5.1일이었던 것에 비해 크게 늘었다. 작년엔 5.4일만 발생하면서 잠시 주춤했다. 연평균 폭염일 수도 1973~2010년엔 8.3~9.7일이었지만, 2010~202년엔 14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에 11.7일이었다.
 지금 같은 폭염이 계속되면 ‘에어컨 감사의 날’(Air Conditioning Appreciation Day)이 제격이다. 전 세계의 기념일을 알려주는 ‘Days of the year’에 따르면 매년 7월 3일은 에어컨 탄생을 기념하면서 본격 가동에 앞서 상태를 점검하는 날이다.
 오늘날의 전기식 에어컨은 1902년 7월 미국 코넬대학 전기공학 석사 월리스 캐리어에 의해 개발됐다. 캐리어는 높은 습도로 품질 유지에 어려움을 겪던 인쇄소의 종이 문제 해결을 위해 에어컨을 개발했다. 이후 극장, 백화점, 호텔, 병원 등에 에어컨을 공급했다.
 에어컨의 발명은 인류 역사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 우선 생활 패턴을 완전히 바꿨다. 에어컨 보급이 확대되는 1920년대를 기점으로 더위로 인구밀도가 극히 낮았던 아프리카, 서·남 아시아 지역에 현대식 인프라를 갖춘 도시들이 탄생했다. 미국 선벨트 지역에도 댈러스, 라스베이거스 같은 수백만 인구의 대도시가 생겼다.
 에어컨은 습도도 조절해 불쾌지수를 낮춰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는 "에어컨은 열대 지역 개발을 가능케 해 문명의 성격을 바꿔 놓았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올여름에 지난해보다 더한 ‘전력 보릿고개’가 닥칠 것으로 예상돼 초비상이다. 밤낮 에어컨을 틀어놓고 철없는 열대야와 싸우면서 전력 대란을 더 걱정해야 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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