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정
㈜케이연성 대표

호흡 멈춘 순간 인간 존엄성 찾기 힘들어
진정한 생명, 인간다운 삶 영위할 때 가능
품위있게 죽을 수 있는 선택 존중해 마땅

 

 자신이 결정한 대로 살 수 있다면 적절한 수명은 몇 살일까? 나이보다는 스스로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가 좋겠지만.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으로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존엄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생명존중 윤리에 반하고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도 많지만, 최근 죽음에 대한 인간의 선택 또한 존중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2009년 인공호흡기로 연명하는 고령의 환자 가족이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과 "내가 병원에서 안 좋은 일이 있어 소생하기 힘들 때 인공호흡기를 절대 끼우지 마라"는 환자 본인의 소송도 있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는 존엄사에 관한 법률이 정해지지 않아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는 헌법소원도 있었다. 대법원에서 무의미한 신체침해 행위로 규정하여 우리나라 최초로 존엄사를 인정한 판례다. 더 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을 때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부착 등의 연명치료를 환자가 거부할 수 있다. 소극적인 안락사는 회생 가능성이 없이 사망이 임박한 상태라는 의학적 판단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병원에서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의사의 소명이라고 생각하여 적극적인 치료에 집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중단은 곧 죽음을 의미하지만, 숨만 쉴 뿐 인간으로서 존엄을 찾을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살아있음이 진정 살아있다고 할 수 있을까? 기대수명이 늘어났으나, 질병없이 일상생활를 영위할 수 있는 건강수명과의 비례관계는 일치하지 않는다. 의학의 발달로 웬만한 병은 치료가 가능해졌지만, 아직도 원인 모르는 희귀병이나 중병, 그리고 예기치 못한 사고 등 극한 고통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환자가 많다. 또한, 노화로 인한 치매와 암 등 노인성질환도 많다. 대신 아플 수 있다면 기꺼이 아파해주고 죽음까지 바꾸고 싶은 가족의 안타까움은 그 무엇으로 형용할 수 있을까?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안락사는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과 미국 일부 주에서 허용되고 있다. 1942년부터 안락사를 허용한 스위스는 외국인을 위한 전문병원이 있다. 문득 'Me before You'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완벽하게 잘 생긴 외모에 사업도 성공하여 사회적 지위와 부를 포함해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잘 나가는 완벽하고 멋진 남자 윌. 그는 어느 날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목 아래 전신마비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육체의 고통은 크다.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우울하고 심적인 고통은 더욱 컸다. 여주인공 루이자는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실직자가 되어 6개월 임시 간병인으로 남자 주인공 윌을 만난다. 밝고 사랑스러운 루이자와의 만남은 사랑으로 이어져 일상에 색채를 입힌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삶의 기쁨을 찾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윌은 스위스에서 존엄사를 계획 중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는, 살아갈 희망과 이유를 주기 위해 루이자는 노력한다. 윌이 자신의 곁에서 살아주기를 바라지만, 윌은 이렇게 사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자신의 미래를 위한 결정을 굽히지 않는다.
 '아무르' 영화에선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음악가 부부가 주인공이다. 어느날 부인 안느에게 마비증세가 시작된다. 남편 조르주는 사랑하는 아내를 절대 요양시설로 보낼 수 없다. 지극 정성으로 간호하나 병은 나날이 악화되고 매일 침대에 누운 아내가 아프다며 호소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다다른 순간, 조르주는 아내의 얼굴 위에 베개를 덮는다. 그리고 유서를 남기고 따라 나선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해답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의 질문이다. 어느 교수는 "죽음은 결코 두려운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또 다른 문으로 들어가는 옮겨감이라고. 이생에서 육체에 잠시 머문 영혼이 육체를 떠나 다른 세상에서 새로운 삶을 영위하는 것이라고. 그러기에 생명의 정의는 심장이 멈추고 호흡이 멈추는 순간이 아닌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상태로 봐야 하지 않을까.

김미정
㈜케이연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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