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발' 울산 시내버스가 점자로 제작된 안내책자나 노선도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시각장애인 이용에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다.

시각장애인들은 버스 정류장에서 나오는 음성 안내에 겨우 의존하는 형편이지만 이마저도 소음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아 결국엔 장애인 이동지원 차량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4일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기준 울산 전체 시각장애인 수는 4,796명이다. 이 중 경증 시각장애인은 3,906명으로 전체 81%에 해당한다.

경증 시각장애인들은 시야가 좁거나 물체의 유무만 인식 가능하기 때문에 중증 시각장애인에 비해 그나마 버스 이용률이 높지만, 음성 안내로는 이용하기 버겁다는 입장이다.

경증 시각 장애가 있는 저시력인 윤모(56)씨는 "음성 안내가 있다지만 차량과 사람들이 지나가는 소음에 다 묻혀지기 일쑤"라며 "심지어 음성 안내가 고장 난 곳도 있어 버스가 온 것을 모르고 보내거나, 내려야 할 장소를 지나친 적도 있다. 이럴 때는 신고도 어디에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음성 안내 단말기는 총 1,451곳으로, 울산 전역의 버스정류장 총 3,445곳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윤씨는 "흐릿하게나마 물체가 보이지만 버스 번호나 시간 등 작은 숫자를 구분하는 건 쉽지 않다"며 "하지만 저시력인이라는 이유로 시각장애인 이동지원센터차량, 장애인 이동지원 차량 등을 이용하는데 제한이 걸려 어쩔 수 없이 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중증 시각장애인 이모(45)씨는 더하다. 그는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여러 차례 버스를 이용해보려 했지만, 부정확한 음성 안내와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에 지쳐 최근에는 장애인 이동지원 차량만 이용하고 있다.

이씨는 "일반인들에게 한글이 글자라면 우리에게는 점자가 글자다. 점자로 된 안내책자나 노선도 하나 없으니 누가 타려 하겠나"라며 "정류장에 점자 시설물 설치도 중요하지만 점자 노선 책자가 배부되면 대중교통을 더욱 많이 이용할 수 있을 텐데 참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론 사람들 도움을 받으면 버스야 탈 수 있겠지만 솔직히 부끄럽다"며 "혹자는 다수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던데, 기본적인 정보는 같은 시민이라면 볼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 점자로 뭘 만드는데 유용성 유무를 다지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시내버스 운영을 담당하는 울산시와 버스운송조합은 음성 안내 단말기 수리와 추가 설치를 검토하겠다면서도, 점자노선도 설치에는 난색을 표했다.

울산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노선 안내도에 공간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정류장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곳이다 다수의 이용자 편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고장난 음성 안내 정류장이나 관련 민원을 '4214번'으로 접수하면 빠르게 처리하겠다"면서도 "정류장 글씨는 전국적으로 공통된 부분이며 모든 글자를 점자로 넣을 시 사이즈 문제가 있어 더 고려해봐야할 부분"이라며 "다른 지자체의 사례를 확인한 후 점자 노선 책자 배부나 음성 어플 관련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을 검토해 현재 가능한 범위에서 시각장애인분들의 불편해소를 위한 방안 모색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서울, 광주 등에는 지하철에 점자 노선도가 설치돼있거나 시내버스 점자 노선안내책자에 버스 운행경로, 배차간격, 첫차·막차시간 등을 담아 우편으로 무료 배부한 적 있다.




이지혜 기자 hyee0126@naver.com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