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울산시가 만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활용교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택시 호출' 같은 비교적 간단한 서비스조차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채 교통약자로 전락한 노인 인구가 상당수여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울산의 한 도농지역에 사는 김말숙(가명·77)씨는 종합검진을 받기 위해 며느리와 남구의 한 병원을 찾았다.

검진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무릎이 안 좋은 김씨는 버스 대신 택시를 잡기 위해 대로변에서 연신 손을 흔들었지만 멈추는 차량은 1대도 없었다.

반면 바로 옆에 20대로 보이는 청년들은 스마트폰을 몇번 누르더니 5분도 채 되지 않아 '예약'불이 켜진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결국 며느리가 20분 가까이 스마트폰과 씨름한 끝에 택시를 호출해 빈차를 잡을 수 있었다.

최근 플랫폼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스마트폰 앱 등을 이용해 택시를 호출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으나, 이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스마트폰에 익숙치 않다 보니 택시 호출도 쉽지 않은데, 아예 스마트폰이 없는 인원도 있어 이에 대한 추가적인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계층별 디지털 정보화 수준에서 장애인 74.9%, 농어민 69.9%를 기록했으나 노인의 경우 53.9%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또 국토교통부가 전국 단위로 실시한 '2021년도 교통약자 이동 편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교통약자 수는 전체 인구(약 5,164만 명)의 약 30%인 1,551만 명에 달했다. 유형 중 고령자(65세 이상)가 약 885만명(57.1%)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울산도 지난 4월 기준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약 14%(15만6,822명)까지 늘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각 구군별로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 활용' 교육을 활성화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지만,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 이용에 있어 교통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

딸의 도움으로 택시를 호출하고 있다는 최모(81)씨는 "교육에서 여러 가지 알려주기는 하는데 뒤돌아서면 잊어먹기 일쑤"라며 "그냥 버스를 타거나 딸이랑 지인들 도움받아 택시를 부른다"고 전했다.

더군다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택시 호출이 잦아지면서, 스마트폰이 없는 고령자의 택시 이용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울산 전체 택시는 5,681대이며, 이 중 1,956대만 태화강콜, 지역콜 등 전화로 택시를 호출하는 '콜택시' 시스템 사용하고 있다.

또 울산 전체 택시 중 98%가 카카오 멤버십에 가입해 배차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어 택시 기사들의 전화 호출 의존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형편. 이는 자연스럽게 폴더폰과 콜택시를 이용하는 고령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평소 콜택시를 애용한다는 박모(77)씨는 "3~5분이면 차가 오긴 하는데 요새는 아예 안잡히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스마트폰에 호출 앱이 있다고는 하는데 나이 있는 사람은 복잡스러워 쓸 수가 없어 '그림의 떡'"이라고 설명했다.

울산광역시택시운송조합 관계자는 "택시 기사들이 콜택시와 카카오 멤버십을 병행해서 쓸 수 있는데, 아무래도 콜보다는 스마트폰 호출이 더 쉽고 편하니 콜 운행이 많이 줄어든 편"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현재는 키오스크 사용법과 채팅, 유튜브와 같은 기본적인 스마트폰 사용법 위주로 디지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택시 앱 사용 관련 교육은 현재 없으나 참고해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스마트폰 미사용자에 대한 대체 방안은 아직 없지만 추후 강구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hyee01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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