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김시장, GB해제 등 전폭 지원 일성
부지 시세차익 노린 위장 이전 우려
사업유지의무 10년 환원 필요 지적
시민 의무 채용 하한선 명시도 제기
 

지난달 12일 자일대우버스 울산공장 정문에 붙은 폐업 결정 공고문

'투자유치·기업지원'에 방점이 찍힌 민선 8기 울산시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노력이 자칫 시세차익을 노린 기업의 '먹튀' 행태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맹우 시장 재임시절인 2009년엔 타 지역에서 울산으로 이전하거나 신·증설하는 업체에 기반시설지원금을 지원해주는 대신 '10년 이상 사업을 유지'하도록 의무화하는 이른바 먹튀 방지 조례 조항을 신설했는데, 전임 송철호 시장 체제에서 이 의무기간이 5년으로 확 줄어든 것으로 확인되면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 지원금·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4건  
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3년 동안 울산시와 기업간에 발생한 '기반시설지원금 반환 소송' 또는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은 이미 종료된 2건과 현재 진행 중인 2건 등 모두 4건이다.
우선 지난 2019년 A사가 울산시를 상대로 4억원대의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이듬해인 2020년엔 B사가 같은 내용으로 5억원대의 소송을 잇따라 제기했다.
울산시는 이들 업체와 분양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기업 및 투자유치 등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10년 이상 사업을 영위하기로 한 약속을 위반할 경우 지원한 보조금 등을 반환해야 한다'는 사실을 적시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10년이 안된 시점에서 사업을 철수하자 울산시가 기반시설지원금 부과처분을 단행했고, 업체는 업체대로 부당한 처분이라며 시를 고발한 거다.
소송의 쟁점은 부과처분 적용 시기였다. 시는 '계약체결일'로 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고, 업체는 '공장등록일 또는 사업개시일'로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 두 건의 소송은 작년에 종결됐는데 법원은 울산시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대법원 상고까지 간 A사와의 소송이 시의 승소로 종결되자, B사는 중도에 소송을 포기했다.

현재 진행 중인 2건의 소송은 울산시가 작년에 C사를 상대로 제기한 '기반시설지원금 반환 소송', 그리고 지난 6월 자일대우버스를 상대로 낸 같은 소송(본지 7월 13일자 6면 보도)이다. 두 업체 역시 A사와 B사처럼 10년이 안된 시점에서 사업을 접은 사례인데, 자일대우버스의 경우 울산시가 청구한 반환금액이 2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2020년 8월 28일 대우버스 최대 주주인 영안모자그룹 백성학 대표를 찾아가 사태의 원만한 사태 해결과 고용 유지를 요청하고 있다.

# 2019년 '사업유지 의무기간' 5년으로 축소
그런데 울산시가 소송의 근거가 된 <기업 및 투자유치 등에 관한 조례>를 민선 7기 때인 지난 2019년 완화한 사실이 취재 과정에서 확인됐다.
핵심은 사업영위 의무 기간 한도. 앞서 시는 민선 4기 박맹우 시장이 재임 중이던 2009년 8월, 해당 조례를 개정하면서 시행규칙에 '보조금을 지원 받은 자는 보조금 신청 또는 분양계약시 제출한 사업계획서상의 사업을 10년 이상 영위해야 한다'(14조 3항)는 내용을 신설했다. 그 전까진 기업의 사업 영위 의무 기간을 따로 정해두지 않은채 지자체의 지원 근거만 마련해둔 상태였는데, 자칫 기업의 먹튀 행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최소 10년을 의무기간으로 둔거다.

그러나 송철호 시장이 역임한 민선 7기 들어선 이 의무기간이 5년으로 단축됐다. 실제 2019년 7월 개정된 해당 조례의 시행규칙에는 '시장의 사후관리에 따르지 않은 채 5년이 안돼 정당한 사유 없이 휴업·폐업하거나, 타 시도로 이전할 경우 보조금을 환수'(22조)하도록 규제가 완화돼있다.
당시 시가 사업 유지 의무기간을 완화한 취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A사가 시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한 년도와 조례 개정 년도 모두 2019년인 점을 감안하면 투자유치와 기업지원을 활성화하기 위한 포석이었을 공산이 크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지난 3일 북구 박상진 호수공원 전망대에서 현장점검에 나선 국토교통부 문성요 국토도시실장 등 일행에게 울산지역 개발제한 구역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개선 방안을 건의하고 있다. (사진=울산시 제공)

# 자일대우버스로 촉발된 '먹튀' 우려 
이를 두고 5년으로 완화한 사업 유지 의무기간을 10년으로 원상복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두겸 시장은 후보시절서부터 울산공업센터 지정 60주년을 맞은 올해를 '제2산업수도 역사를 새로 쓰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강조해온데다, 취임 첫날엔 민선 7기와 차별화된 '전략적 투자유치 및 기업지원 계획'을 1호 결재한 만큼 기업의 먹튀 행태를 예방할 안전장치도 필요하다는 거다.
더욱이 김 시장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인구를 유입하려면 공장 지을 산업용지 확보가 관건이라며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위한 대정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시세차익을 노린 일부 기업의 '위장' 이전 또는 신·증설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고용창출 즉, 울산시민 의무채용 비율 하한선도 따로 둬야한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단적인 예가 자일대우버스다. 시는 자일대우버스에 공장부지를 조성원가로 저렴하게 제공하면서 약 20억원 상당을 '할인'해줬지만 울산시민 채용은 15%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지원을 둘러싼 이런 저런 우려가 나오게 된 배경으로 작용된 것도 지난달 12일 공장 폐업 결정을 발표한 자일대우버스 사태다.
앞서 시는 자일대우버스에 공장부지를 조성원가인 3.3㎡당 평균 59만원에 부지를 제공했으며, 현재 이 부지의 실거래가격은 평균 105만원으로 두 배 정도 올라 단순계산 상으로 자일대우상용차㈜는 최소 50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남기게 됐다.

울산시 관계자는 "먹튀 방지 안전망이 필요하지만 민선 8기 시정목표가 투자유치와 기업지원 활성화다보니 행정의 균형을 잡기가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지난달 본지와의 대담에서 "기업유치 전략도 중요하지만 먹튀를 방지하는 안전장치 역시 마련돼야 한다. 그렇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혜정 기자 jhj74@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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