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중부소방서 부지 지식산업센터 백지화 가능성 배제 못해

민선 8기 울산시 출범을 즈음해 전면 중단된 중구 성남동 공공 지식산업센터 건립사업이 '이전 추진'이냐, '사업 백지화'냐의 기로에 선 모양새다.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내년 연말 준공을 목표로 중구 성남동 옛 중부소방서 자리(3,019㎡)에 조성하려던 '제조서비스융합 중소벤처 지식산업센터'가 착공 직전단계에서 중단된 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원래계획대로라면 이 사업은 이미 지난달 착공 첫 삽을 떴어야 했다.
하지만 김두겸 시장이 취임 전인 지난 6월 인수위원회 업무보고회에서 "중부소방서 부지엔 청소년문화회관과 젊은 세대를 위한 K팝 사관학교가 들어서는게 맞다"며 부지 적정성을 문제삼아 '전면 중단'을 선언한 뒤 현재 잠정 보류된 상황이다. 당시 조달청 공고를 통해 공사입찰업체 선정을 위한 개찰 절차까지 마무리됐지만 김 시장이 전면 중단을 지시하면서 계약 직전 입찰공고자체를 무효화한거다.

대신, 지식산업센터 건립부지는 중구 성안동 일대로 이전해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게 김 시장 워딩이었다.
울산시가 이전 추진을 결정할 경우 지금까지 진행한 모든 행정절차는 리셋된다. 즉, '부지선정'에서부터 사업계획변경 신청을 위한 '타당성용역', '투자심사·공유재산관리계획 심의', '공공건축심의위', '설계공모', '기본 및 실시설계', '입찰공고·개찰'까지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어 빨라도 2025년 이후에나 착공이 가능하게 된다는 말이다.

문제는 예산 확보.
애초 이 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의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 지원사업에 선정돼 설계·건축비 명목으로 국비 135억원을 확보해 추진돼왔다.
실제 총 사업비 135억원 중 58억원은 2019년~2021년 지급받았는데 10억원은 설계비로 썼고, 나머지 48억원은 아직 집행하지 않았다. 올해 착공이 불발되면 2020년 확보한 33억원부터 당장 반납해야 하고, 내년에도 착공하지 않으면 2021년 확보한 15억원을 추가 반납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국비 절감 차원에서 기존 국가보조사업을 지방이양사업으로 전환하는 식으로 예산구조를 변경하면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균특회계)는 △지역자율계정 △지역지원계정 △세종특별계정 △제주특별계정으로 나뉘는데, 지금까지 '지역지원계정'에 속했던 지식산업센터 건립사업 꼭지가 내년부턴 '지역자율계정'으로 변경되는 탓에 시비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게 된거다.
균특회계 중 지역자율계정의 경우 지자체가 지출한도 안에서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수 있고, 나머지는 소관부처가 직접 편성한다는 차이가 있다.
울산시의 지역자율계정 한도는 △2016년 436억원 △2017년 438억원 △2018년 530억원 △2019년 490억원 △2020년 120억원 △2021년 140억원 △2022년 160억원 등 2019년을 기점으로 확 줄었다.
울산시 관계자는 "지식산업센터 건립 사업비가 지출한도가 날로 줄고 있는 지역자율계정 사업꼭지로 추가되는 탓에 시비 부담이 커지게 된데다, 시유지가 아닌 이상 부지 매입비 부담까지 가중된다"며 "현재 울산경제자유구역청도 울주강소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된 하이테크벨리산단에 2027년 준공 목표로 200억원대 공공 지식산업센터 건립 사업을 계획하고 있어 두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기엔 시비 부담이 너무 크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공공 지식산업센터가 가뜩이나 입주율이 떨어지는 민간 지식산업센터의 경쟁력이 더욱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시장이 대체부지로 언급한 중구 성안동의 경우 고도제한으로 용적률이 낮기 때문에 원래 설계한 규모로 건립할 경우 중부소방서 부지의 2배 크기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부지매입비 부담이 커진다.
성안동이 아닌 우정혁신도시 내 미분양 부지(클러스터 9-4부지)로 이전하는 대안도 있지만, 이 경우 인근 민간 지식산업센터의 운영을 침해 할 소지를 배제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 혁신도시엔 '울산비즈파크'와 '세영이노세븐' 등 2개의 민간 지식산업센터가 운영 중인데 입주율이 각각 39%와 16%로 저조한 상황이다.

한편 민선 7기 울산시는 옛 중부소방서 부지에 콘텐츠 기업과 관련 지원 시설을 집적화하는 컨셉트의 지식산업센터를 건립해 이 곳에 웹툰, 게임, AI·XR 스튜디오, 메타버스 같은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등 울산 디지털혁신의 허브로 운영할 계획이었다. 조혜정 기자 jhj74@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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