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 홍진석(가명·45)씨가 음식물수거차에 내장된 자동화 장치를 이용해 음식물을 싣고 있다.

 

 

쓰레기수거차에 내장된 자동화 기계가 음식물쓰레기통을 들어올리고 있다.

 

2019년 정부 ‘3인1조’ 등 지침 마련
예외 조항 묶여 법 불이행 조장 지적
지자체, 열악한 환경 알고도 모르쇠

 

홍진석(45·가명)씨는 환경미화원 경력 17년차의 베테랑이다. 경남 하동에서 10년, 친구 따라 강남 오듯 찾은 울산에서도 7년째 같은 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건설·공사폐기물, 생활폐기물, 도로청소 등을 하며 온갖 대형차를 몰아봤고, 올해는 회사 계약 대로 음식물수거차를 몰고 있다.

수십년 간 온갖 환경미화 활동을 번갈아가며 해온 홍씨지만,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오늘도 파트너 없이 '혼자' 일해야 한다는 열악한 근무여건이다.

#"인력 없단 핑계로 수십년간 '1인 1조'"

지난 11일 중구청 앞 음식물수거차에서 만난 홍씨는 홀로 담배를 태우며 취재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10시 30분 출발한 차량은 인근의 한 대형 아파트 단지로 진입했다. 경비원은 익숙한 듯 거수경례를 취하며 출입문을 열어줬고, 홍씨는 능숙한 솜씨로 음식물쓰레기통을 끌고와 자동화 기계장치에 올려 스위치를 작동시켰다. 그는 이날 이런 작업을 100여 차례는 더 해야 했다.

홍씨는 "우리도 토·일요일에 쉬니까 오늘 작업을 바짝해놔야 한다. 평소에는 10~15곳 정도 돌면서 음식물쓰레기통 70~80개 정도 처리를 한다면 오늘은 1.5배 정도 느는 셈"이라며 "출근 시간이랑 겹치지 않게 오전 6시까지는 일을 마치려 하니 보통 오후 9~10시부터 시작해 8~9시간 정도 일한다. 솔직히 혼자서 다하긴 버거운 양"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대형차를 몰고 좁은 골목 빌라도 들르다 보니 사고도 많고, 야밤이라 취객이나 촉법소년들이 시비를 거는 등 혼자 처리하기 버거운 일이 종종 벌어진다"고 하소연했다.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하는 건 재정 악화와 인력 부족을 빙자해 온갖 부조리를 저지르는 회사의 행태다. 그는 7년 동안 일한 회사에서 올해 처음으로 여름휴가를 사용했다. 홍씨는 "비단 지금 회사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혼자 일하는 경우가 흔했다. 이유도 동일한데 '회사 재정상 인력이 보충이 어렵다', '그러니 1인 1조로 일을 좀 해달라', '가뜩이나 인력도 없는데 휴가를 가면 어쩌자는 거냐'는 식"이라며 "올해 처음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여름휴가를 갔더니 회사가 다른 곳에서 인력을 구해와 해결하더라. 지금껏 속여왔던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환경미화원 안전수칙 개정 3년째...현장은 '제자리 걸음'

환경부는 환경미화원의 사고사가 잇따르자 지난 2018년부터 안전관련 지침을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2019년 행정안전부·환경부·고용노동부가 합동으로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지침을 만들었다. 지침에는 △운전자가 청소차량 후면과 측면 작업자의 위치와 작업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영상장치 설치 △청소차량 적재함 덮개, 압축장치에 끼임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스위치, 손이 끼일 경우 무릎 등 다른 신체를 이용해 즉시 멈출 수 있는 안전멈춤빗장 설치 △안전화·안전조끼·장갑 등 보호장구 지급 의무화를 비롯한 내용이 담겼다. 3인 1조 작업이나 주간작업, 폭염·폭우·폭설 때 작업시간 조정이나 작업중지 같은 필요한 조치 마련을 안전기준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회는 2019년 2월 폐기물관리법을 개정해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하거나 최대 6개월 동안 영업을 못하게 했다.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도 명시했다. 환경부는 2019년 12월까지 시행규칙을 잇따라 개정해 지침 내용을 모두 포함했다. 개정안은 2020년 6월 시행했다.

이처럼 산재사고를 막기 위한 폐기물관리법이 통과됐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이 지난 2020년 12월 발표한 전국 지방자치단체 78곳의 직영, 민간위탁 청소업체의 안전규칙 의무사항 점검 결과에 따르면, 43곳이 안전수칙을 위반했다. 이중 27곳이 3인 1조 근무를 지키지 않았고, 폭염이나 폭설 시 작업 대책이 없는 경우도 43곳 중 23곳, 주간 작업 원칙을 미준수한 곳도 19곳이었다.

#예외조항에 안전수칙 개정 의미 '퇴색'

게다가 현장에서는 시행규칙에 기재된 예외조항이 지자체들이 법규를 지킬 수 없도록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폐기물을 시급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거나 주민 생활에 중대한 불편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등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기재돼 있다. 주간작업이나 3인 1조, 작업·작업시간 조정과 같은 안전조치가 모두 예외조항에 묶였다.

실제로 울산 내 5개 지자체 모두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의 안전보건 기준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조례 입법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남구의 경우 지난 7월 주간작업의 예외로 △주간작업으로 인해 주민 생활에 불편이 예상되는 경우 △소각ㆍ매립 등 처리시설의 반입시간 및 운반거리 등의 사유로 야간작업이 불가피한 경우 △그 밖에 주민 불편 및 상황의 시급성 등을 고려하여 주간작업 예외로 할 필요가 있다고 구청장이 판단한 경우 등을, 3인 1조 작업의 예외로 △손수레 등을 이용한 골목길 사전 작업 △가로 청소 작업 △자동상하장치 부착 청소차량, 노면청소차량, 집게차량 등 특수장비를 사용한 작업 △적재중량이 1톤 이하인 차량 등을 사용하는 작업 △민원처리 목적의 폐기물 처리 기동반 작업 △수집한 폐기물을 차량에 적재하고 처리시설로 운반하는 작업 △그 밖에 폐기물의 종류, 수집ㆍ운반 차량의 특수성 및 작업환경 등을 고려하여 3인 1조 작업을 예외로 할 필요가 있다고 구청장이 판단한 경우 등으로 조례를 개정한 상태이다.

북구와 울주군은 남구와 비슷한 형식으로 입법예고를 한 상태이며, 중구와 동구는 올 하반기 입법예고를 목표로 개정안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특히 중구는 관련 조례에 예외사항을 포함하도록 개정한 바가 없음에도 불구, 앞서 소개한 홍진석씨가 일하는 청소업체가 1인 1조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인지하고도 특별한 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구 관계자는 "안전이나 복지 측면에서 환경미화원들의 업무 개선에 더 노력하겠다. 올 하반기까지 관련 조례 개정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관계자는 "중구 뿐만 아니라 동구 등 지자체는 예외조항이 포함된 조례도 없이 1인 1조 등 불법을 저지른 청소업체를 방관했다"며 "이에 대한 조치와 처벌이 있어야 하고, 또 예외조항이 있다고 해서 환경부 지침을 무시하는 행위가 있어서도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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