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중성화 사업 두배 늘렸지만
사후관리·타당성 검토 없었던 탓에
시, 개체 수 등 근거자료 제시 못해
농림부 "용역 바탕 결과만 만들뿐"

▷속보=올해 울산의 길고양이 중성화사업(이하 TNR) 예산이 지난해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지만, 사업 타당성 검토는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길고양이 방사 후 모니터링 지침도 없어 개체 수 변화나 서식지 분포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 TNR을 주관하는 농림축산식품부조차 해당 사업이 실효성이 있다는 객관적인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사업 효율성 제고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29일 시에 따르면 울산의 TNR 예산은 지난해 1억7,595만원에서 올해 3억200만원으로 2배 가까이 증액됐다.

시는 예산 증액에 대해 유실·유기동물 입양 문화 활성화,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 소음민원 해소 등을 이유로 중성화 대상 두수를 지난해 1,307두에서 올해 2,010두로 늘렸는데, 정작 이를 입증할 자료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 울산에서 TNR이 시작된 건 2013년부터인데, 지금까지 시는 길고양이 개체 수 변화를 조사한 적이 없다. 시 지침 상 길고양이를 방사한 후 모니터링 과정이 빠져 있는데, 이로 인해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 뿐만 아니라 지역 민원, 생태계 교란 등 증감을 확인할 수 없어 TNR이 실제 효과를 발휘했는지 입증할 길이 없다. 게다가 각 구·군에서 동물보호관리시스템 사이트에 개별로 올리는 TNR 증거자료는 최근 본지 취재 결과 지자체의 관리부실(본지 2022년 8월 29일 6면 보도)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 TNR을 주관하는 농림부도 사업의 실효성을 나타낼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

농림부는 '2020년 길고양이 중성화수술 효과성 분석' 자료를 토대로 TNR의 실효성을 검증했다고 밝혔는데, 정작 해당 자료는 TNR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특히 이 연구자료는 반대 입장이 거의 없는 채로 TNR에 친화적인 수의사와 캣맘 등의 입장을 위주로 사업 내용을 기재한 데다, 이들과의 민관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수십건의 해외 TNR 연구를 바탕으로 사업의 정당성과 국내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데, 정작 국내 TNR 성공 사례는 제시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 중 서울시의 TNR 성과를 국내 사례로 제시했는데, 서울시는 지난 2020년 TNR 성과 보도자료를 내면서, 2013년 24만6,762마리에서 2019년 11만6,019마리로 6년 만에 52.9% 줄었다고 홍보한 바 있다. 하지만 조사된 중성화율은 2015년 10.5%→2017년 26.01%→2019년 22.76%로, "군집별로 70% 이상 중성화되고 매년 15% 정도 추가로 중성화될 때 외부에서 길고양이가 유입되지 않고 번식이 줄어 군집의 개체 수가 감소한다"는 서울시의 근거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인 것으로 확인돼 사업 성과를 과장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연구용역은 공개입찰로 진행되는데 사업에 선정된 업체가 자체적인 판단 하에 연구를 진행한다"며 "부처는 그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고시나 지침을 만들 뿐 내용을 일일이 검토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농림부는 올해 '동물보호 및 복지대책 사업' 예산으로 110억2,000만원을 편성했는데, 이중 약 31%에 달하는 34억2,000만원을 TNR 지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지난해 편성된 11억4,000만원 3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전직 축산업계 고위 관계자 윤모씨는 "중앙에서 예산을 편성해 TNR을 지원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정부와 지자체 모두 그저 예산 확보에 혈안일 뿐, TNR의 효용성을 판단할 만한 객관적인 수치나 자료 수집에 큰 관심이 없다"며 "호주는 토종생물보호를 위해 매년 200만마리의 길고양이를 살처분·안락사 시키고 있다. 적어도 이런 사례보다 TNR이 낫다는 설득부터 해주고 예산을 늘리던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병집 기자 sini20000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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